"요즘 기업들마다 '직원 기(氣) 살리기'를 한다지만 우리만큼 신경 쓰는 회사는 없을 걸요. 담배 피우는 직원들의 심정까지 챙겨주는 회사 봤어요?"

13일 오후 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관 20층 옥상.한 직원에게 "흡연실 참 좋다"고 말을 붙였더니,묻지도 않은 자랑을 늘어놓았다. 이 곳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지시로 문을 연 임직원 전용 흡연실.5000만원을 들여 꾸민 모양새가 고급 레스토랑 정원을 연상케 했다. 한켠에는 캔 음료를 마음껏 마실 수 있는 '공짜 자판기'도 놓여 있다.

시대적 추세는 흡연실을 없애는 것인데,굳이 직원들을 위해 '럭셔리 흡연실'을 만들어주는 이유가 궁금했다. 더구나 정 부회장은 5년 전 담배를 끊은 '비흡연파'다.

신세계 관계자는 "흡연실 프로젝트는 정 부회장이 가장 열심히 챙기는 '직원 기 살리기' 프로그램의 일환"이라며 "정 부회장은 흡연에 대해 '다들 성인인데 회사가 강압적으로 끊으란다고 되겠나. 어차피 피울 거라면 보다 좋은 환경에서 마음 편히 피우도록 해주는 게 직원이나 회사 모두에 득이 된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는 앞으로 전국 8개 백화점,129개 이마트 점포에 순차적으로 임직원 전용 흡연실을 만들기로 했다. 신세계가 추진하는 '직원 기 살리기' 프로그램은 이뿐이 아니다.

회사 관계자는 "신세계 본사와 성수동 이마트 본부에 임직원 전용 헬스클럽을 만들고 있고,백화점 명당 자리인 1~2층에 보육시설도 들여놓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부터 본사 직원들이 크라제버거의 1만원짜리 햄버거를 회사 지원으로 2000원에 사먹는다"며 "성수동 직원들은 60여가지 뷔페식 메뉴로 점심식사를 한다"고 덧붙였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