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농민 "농산물은 내가 지킨다"..순찰횟수 늘려

최근 채소값이 폭등하면서 농산물 도둑마저 기승을 부리자 농가들이 마을 어귀와 밭 주변에 CCTV 설치 방안을 논의하고 순찰횟수를 늘리는 등 자구책을 강구하고 나섰다.

50여㏊의 시설재배하우스에서 얼갈이 배추와 열무, 상추 등 잎채소류를 재배하고 있는 경기 안성시 일죽면 43개 마을 이장단은 지난 5일 면사무소에서 회의를 열었다.

이장들은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농산물 절도 피해 예방을 위한 방범 자구책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마을 진출입로와 시설재배 하우스 주변에 방범 CCTV를 설치하는 방안에 대해 많은 의견을 나눴다.

일죽면 8개 마을에 이미 33대의 CCTV가 설치돼 있는데 이 마을의 범죄예방 효과는 물론 주민들의 치안 만족도가 CCTV가 없는 마을에 비해 월등하다는 일죽파출소장의 설명도 이어졌다.

백종현(42) 월정리 신동마을 이장은 "작년엔 벼 재배농가의 절도 피해가 컸는데 올해는 채소류 도둑이 기승을 부린다니 출하를 앞둔 시설하우스를 한번 더 살펴보게 되고 아무래도 예전보다 신경이 더 쓰인다"고 했다.

그는 "하루종일 하우스를 지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CCTV 설치하려해도 270만원(3대 기준) 가까이 든다는데 부락에서 돈 대기도 만만치 않고,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도 없고,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마을 분위기를 전했다.

일죽면의 시설재배하우스 24개 동(1만6천여㎡)에서 대파와 오이를 재배하고 있는 최영택(54)씨는 지난해 방범 CCTV 4대를 설치해 큰 효과를 본 경우다.

최씨는 "잦았던 농산물 절도 피해가 CCTV를 설치한 이후에는 단 한건도 없었다"며 "요즘 언론에서 농산물 절도범이 기승이라고 하던데 그런 걱정은 안하고 농사를 짓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채소값이 폭등하자 지난 6일 안성에서는 50대 남성이 안성.용인 일대 밭 3곳에서 주민이 재배하던 배추 30포기와 쪽파 10단, 무 140여개 등 60만원 상당의 채소류를 훔쳤다 경찰에 붙잡혔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수원에서 50대 주부가 이웃이 햇볕에 말리려고 집 앞에 내놓은 통마늘을 들고 달아나는 등 170만원 상당의 이웃집 김장재료를 훔쳤다가 입건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확철을 맞아 농산물을 노리는 절도범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농가와 더불어 순찰활동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안성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gaonnu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