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피의자에게 계속해서 진술을 요구하면서 거부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증거로 제출한 것은 위법수사라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 1부는 히로뽕을 한 차례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김모(49)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가 자신의 의사로 히로뽕을 투약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법관의 합리적 자유심증에 따른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2007년 3월 경남 진주시 한 모텔에서 히로뽕을 투약하고 일정 분량의 히로뽕을 주사기 2개에 보관한 혐의로 긴급체포돼 구속 기소됐다.

그는 경찰과 검찰에서 진술을 거부했고 법정에서는 `아는 후배들이 숙소를 다년간 뒤 이상증세가 났을 뿐'이라며 마약 투약사실을 부인했지만 1심 재판부는 감정결과와 증인의 진술 등을 토대로 투약사실을 인정해 징역1년6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김씨가 체포당시 히로뽕이 투약돼 있었던 사실은 인정되지만 김씨가 스스로의 의사로 투약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특히 김씨가 경찰ㆍ검찰에서 진술을 거부한 것을 죄의 인정이나 방어권 포기로 봐야 한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피고인의 진술거부는 권리의 행사이므로 거부 즉시 신문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술거부권 행사에도 경찰이 계속 진술을 요구하면서 거부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김씨의 범죄성ㆍ악성을 증명하는 증거로 제출한 것은 위법수사에 해당하므로 김씨에게 불리한 자료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항소심 판단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난다며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원심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