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전이 1일 인수의향서(LOI)를 낸 현대그룹과 앞서 관련 서류를 제출한 현대자동차그룹 간 맞대결로 최종 정리됐다. 업계에서는 안정적 자금조달 능력과 인수 후 경영능력이 최종 승자를 판가름할 것으로 내다봤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만이 의향서를 냈다"며 "적격성 심사를 벌인 뒤 11월12일 본입찰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독일 회사와 전략적 제휴

현대그룹은 이날 LOI를 제출하면서 독일 M+W그룹이 전략적 투자자(SI)로서 인수전에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그룹 관계자는 M+W그룹에 대해 "미국 인텔 등 200개가량의 반도체 공장을 지을 정도로 견실한 엔지니어링 업체"라며 "지금까지 200개 이상의 반도체 공장과 총 7700㎿ 이상의 태양광 발전소를 지었다"고 소개했다. 또 "유럽과 미국 및 아시아 사업장의 임직원 수는 5000여명"이라며 "M+W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향후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그룹은 M+W그룹의 세부적인 재무 능력과 자금투자 비율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1912년 창립,독일 슈투트가르트에 본사를 두고 있는 M+W그룹은 반도체와 에너지,정밀화학 분야 시설에 특화한 엔지니어링 회사로 알려졌다. 오스트리아 M&A 전문기업인 스툼프그룹의 자회사다. M+W그룹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재무제표상의 지난해 매출은 12억6880만유로(1조9600억원),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창출 능력을 뜻하는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는 8890만유로(1377억원)다. 현대 관계자는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만큼 현대건설 지분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지분율 등은 이제 협의를 시작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최적 조건에 인수할 것"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전이 현대그룹과의 맞대결로 결정되자 '당초 예상대로'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현대건설을 누가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지 않겠느냐"며 "최적의 인수 전략에 따라 반드시 인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리한 베팅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룹 내 자금력만으로 인수전에 나선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7일 의향서를 제출하면서 "미래 성장을 위한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시너지 창출을 위해 현대건설 매각 입찰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또 "친환경 사업을 미래 성장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만큼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원전 등 친환경 발전부터 주택용 충전 시스템과 연계한 친환경 주택 및 친환경차에 이르는 에코 밸류 체인(친환경 가치사슬)까지 완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증권가를 중심으로 현대 · 기아차와 현대그룹 외 제3자가 인수에 참여할 것이란 풍문이 돌았으나 소문에 그치고 말았다. 금융계 관계자는 "일부 중동계 자금이 현대차그룹에 제휴를 제의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수언/박동휘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