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원정출산' 등 4명 적발해 병무청 통보

미국 원정출산으로 복수국적을 취득한 10대가 병역을 피할 목적으로 한국 국적 포기신고서를 제출했다가 적발돼 병역의무를 다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이후에도 복수국적을 인정받을 수 없게 됐다.

30일 법무부에 따르면 1992년 미국에서 출생한 '선천적 복수국적자'인 이모(18)군은 국적포기 신고 기한 만료를 3개월 앞둔 작년 12월 법무부에 한국 국적 포기 신고를 했다.

이군이 출생할 당시 이군의 어머니가 미국 영주권자였던 관계로 외견상으로는 국적 포기에 별문제가 없었다.

국적법에는 '직계존속이 영주할 목적으로 외국에서 체류한 상태에서 출생한 자로서 복수국적자인 남성은 만 18세가 되는 해의 3월 말까지 국적 포기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고, 국적업무처리지침은 그 구체적 유형의 하나로 '부모 중 한 명이 외국의 영주권 또는 시민권을 갖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적법은 '이 경우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국적포기를 할 수 없고, 병역의무를 마친 뒤에야 국적포기가 가능하다'는 조항을 뒀는데, 이군은 자신이 합법적인 국적포기자에 해당한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군의 어머니는 1987년 미국 영주권을 취득한 뒤 계속 국내에 거주해왔으며, 이군을 낳기 전 홀로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출산 직후 귀국해 다시 한국에서 줄곧 살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전형적인 원정출산이었던 것이다.

이군의 아버지 또한 1990년에 일주일간 미국에 다녀온 것 외에는 지난 20년 동안 미국에 체류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

법무부는 이러한 사실을 종합해 심사한 결과 이군의 국적 포기 신청이 외형적인 요건은 갖췄지만, 이군이 출생할 당시 이군 어머니의 미국 체류는 영주 목적이 아닌 원정출산을 위한 것으로 결론 내리고 신청서를 반려했다.

이군이 병역을 피하고자 한국 국적을 포기하려 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군은 결국 병역의무를 지게된 것은 물론 내년 1월부터 전면 시행되는 개정 국적법에 규정된 '원정출산'에 해당돼 제대하더라도 복수국적을 인정받을 수 없게 됐다.

법무부는 이군과 함께 이와 비슷한 유형의 10대 국적 포기 신청자 3명을 추가로 적발해 병무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형식적인 요건을 갖췄음에도 심층 조사를 통해 병역기피 목적 등의 국적 포기 신청을 적발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앞으로 편법적인 국적 포기 사례를 밝혀내기 위한 심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cielo7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