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조사때 월드컵 시청요구…法 "말로만 사죄말고 처절하게 뉘우쳐야"

학교 운동장에서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수철(45)에게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이 구형됐다.

검찰은 29일 서울고법 형사8부(성낙송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김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오로지 자신의 성욕을 채우고자 어린 여자아이를 성폭행해 끔찍한 피해를 줬으며, 다시 출소하게 된다면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원심과 같이 무기징역형을 선고해달라"고 밝혔다.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 없이 자랐고 여자를 사귈 기회도 없어 왜곡된 성 관념이 형성된 점을 감안할 때 원심의 형은 너무 과중하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김은 "죽고 싶은 마음뿐이다.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피해자와 그의 부모, 그리고 국민께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에 "불우한 처지에 있는 모든 사람이 아동 성폭행으로 욕구를 해소하지 않는다"며 "피해자는 불과 8세에 불과한 여자아이로, 타인의 인생을 이토록 망가뜨릴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에서 조사를 받던 중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게 해달라'는 부탁했다는 내용의 기록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말로만 사죄한다고 하지 말고 처절하게 뉘우쳐야 한다"고 꾸짖었다.

재판부는 "시신기증을 서약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진정으로 피해자에게 속죄하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는 훈계로 재판을 마쳤다.

김은 올해 6월7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만난 여자 초등생을 납치해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구속기소됐다.

1심은 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신상정보를 10년간 공개하고 위치추적전자장치(전자발찌)를 30년간 부착하도록 명했고, 김은 `형량이 과중하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선고공판은 내달 15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