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스위크의 세계 최고 국가 평가에서 한국은 영국 다음으로,프랑스에 앞서 15위를 차지했다. 특히 교육 부문에서 핀란드 다음으로 2위에 오른 것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런 평가가 무색하리만치 한국의 교육은 이미 전반적인 위기 징후를 보이고 있다. 미래 전망도 결코 밝지 않다. 고비용 · 저효율의 교육시스템과 대학의 재정난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 60년간 성공의 비결이었던 교육이 이제 위기의 아킬레스건으로 사달이 나기 시작한 셈이다.

위기 극복을 위한 여건과 역량은 모두 크게 미흡한 수준이다. 물론 대학 등 교육기관들이 환경변화를 외면해온 것은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과감한 구조조정 조치들을 단행하는 등 안간힘을 쓰는 학교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여전히 원가나 성과의 개념을 모르는 학교들이 너무 많다. 특히 고등교육의 경쟁력은 국제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 아직도 많은 대학들이 책임경영의 사각지대,경영불모지역으로 남아 있다.

교육은 앞으로도 선진한국의 엔진이 될 것인가. 누구나 무엇이 문제인지는 안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교육 위기의 극복은 무엇보다도 교육기관의 경쟁력 확보에 달려 있다. 교육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누구보다도 교육기관 자신이 변해야 한다. 교육에서도 원가 개념과 성과주의,책임경영 등 경영논리가 적용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각급 교육기관들의 자구노력을 적극 촉진하고 지원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규모의 경제라는 관점에서 교육기관의 경영혁신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해 줄 제도와 정책이 필요하지만,특히 이를 위한 전문성과 자원,노하우를 갖춘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교육에서도 경영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총장이나 교장 등 교육기관 장의 경영책임을 확보해 줄 경영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다. 직선제 총장의 경우 일정한 기간이 지난 후 중간평가를 하는 정치적 방법도 있겠지만 공신력 있는 평가기관에 경영평가를 맡기는 관리적 접근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교육은 기업이 아니다. 교육경영의 자문과 평가는 이 점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기업식 경영기법들을 무분별하게 교육이나 연구에 적용할 경우 부작용과 폐단이 따른다는 증거들은 많다.

가령 성과연봉제 같은 제도를 도입한 결과 교수들이 평가점수에 반영되는 실적물 편수 늘리는 데에만 급급하고 연구의 질적 수준 향상에 무심해진다든지,이전 같으면 굳이 인센티브를 걸지 않아도 당연한 의무로 봉사했던 많은 일들을 아예 외면하는 행태를 보인다든지,평가의 객관성이나 신뢰성이 의문시되거나 이를 둘러싼 교수들 상호간의 불신과 갈등이 팽배해지는 부작용들이 그런 예다. 재정여건이 어렵다면서도 거액을 들여 외국의 컨설팅회사에 프로젝트를 맡기기보다는 우리 대학의 실정을 잘 알고 교육의 본질과 특성을 파악하는 전문 컨설팅기구를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혁에는 진통이 따른다지만,교육에 기업경영의 논리나 그에 따른 평가체계와 방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곤란하다. 역대정부에서 야심차게 추진한 정부혁신 노력들이 시행과정에서 변질되거나 유야무야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컨설팅기관들이 공공부문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이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교육경영을 위한 컨설팅은 상대적으로 여건이 나은 학교보다는 특히 경영혁신을 위한 내부역량이나 아웃소싱할 여력이 없는 대다수의 대학들,교육기관들을 위해 공공부문에서 제공하도록 조직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기존의 교육 관련 공공기관들 가운데 역량과 자원,통계정보,전문성 등의 측면에서 이 기능을 담당할 적합한 기관이 있다면 이를 활용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 될 것이다.

홍준형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