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이하(U-17) 여자 축구대표팀이 2010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우승 `신화'를 완성하기 위해 오는 26일(한국 시각) 열리는 결승전에서 `숙적' 일본과 맞대결을 펼친다.

`영원한 맞수' 일본은 아시아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여자축구 강국으로 이번 대회에서도 5경기에서 17골을 몰아치는 득점력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우승컵은 물론 득점왕-MVP까지 `트리플 크라운'을 목표로 하는 `주포' 여민지(17.함안대산고)를 앞세워 `최초 우승'을 향해 강한 승부욕을 불태우고 있는 한국의 상승세를 당해낼 만한 팀은 드물다는 평이다.

양국의 자존심을 걸고 운명의 맞대결을 펼칠 한국과 일본 간 결승전의 관전 포인트를 살펴본다.

◇`최초 행진', 우승으로 `화룡점정' = 일본과 결승전은 `태극 소녀'들이 한국 축구사에 FIFA 주관 대회 `최초 우승'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우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다.

`태극 소녀'들은 지난 21일 준결승전에서 `리틀 무적함대' 스페인을 시키며 역대 남녀 대표팀을 통틀어 최초로 FIFA 주관 대회 결승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한국은 지난 1983년 멕시코 20세 이하(U-20) 월드컵(당시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과 2002년 한ㆍ일 월드컵, 그리고 올해 독일에서 열린 U-20 여자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적이 있지만 결승까지 오른 것은 U-17 대표팀이 역대 처음이다.

이번 대회에서 최소 준우승을 확보한 U-17 여자 대표팀은 이로써 지난달 U-20 여자대표팀이 거뒀던 3위를 뛰어넘어 역대 FIFA 주관대회 최고 성적도 예약했다.

지금까지 성과만으로도 한국 축구사를 장식하기에 충분하지만 대표팀의 시선은 `우승컵'에 가 있다.

최덕주 감독은 이미 한달여 전 대표팀을 소집하면서 `목표는 우승'이라고 못박았고 이제 그 목표를 이루기까지 결승전 단 한 경기만 남겨놓고 있다.

◇여민지, `트리플 크라운' 노린다 = 이번 대회 최고 스타로 떠오른 스트라이커 여민지는 우승컵은 물론 최다 득점자에게 주어지는 `골든 부트'와 대회 최우수 선수(MVP)에 수여되는 골든볼까지 동시에 석권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눈앞에 두고 있다.

득점왕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여민지의 차지가 될 전망이다.

여민지는 이번 대회 5경기를 모두 뛰면서 8골(3도움)을 터뜨려 득점 순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2위 독일의 키이라 말리노프스키(7골)를 비롯해 득점 순위 5위권 이내의 경쟁자들은 대부분 8강에서 탈락했고, 일본의 요코야마 쿠미가 6골1도움으로 추격중이지만 결승에서 세 골 이상 넣어야 득점왕을 바라볼 수 있어 여민지의 수상 가능성이 크다.

여민지는 득점왕 외에도 이번 대회 FIFA 등록 기자단 투표를 통해 대회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선수에게 주어지는 최우수선수상인 골든볼 수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 수상자는 기자단 투표로 뽑는데 2008년 뉴질랜드에서 열린 1회 대회에서는 8강에 머문 일본의 이와부치 마나(2골2도움)가 6골로 득점상을 탄 독일의 제니퍼 마로잔을 제치고 골든볼의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최근 U-20 여자 월드컵에서는 독일의 알렉산드라 포프(FCR 뒤스부르크)가 득점상과 MVP를 모두 챙겼는데 이번 대회에서 여민지가 펼친 활약도 이에 못지 않다는 평이다.

여민지는 오른쪽 무릎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독일과 조별리그 3차전을 제외한 전 경기에서 득점하고 나이지리아와 8강전에서는 모두 4골을 쓸어담는 득점력을 뽐냈다.

물론 여민지가 두 상 중 하나만 차지하더라도 한국 축구 선수로서는 남녀와 나이대를 불문하고 최초이자 최고 성과로 기록된다.

U-20 여자월드컵에서 지소연19.한양여대)이 8골로 다득점 2위 `실버부트'와 최우수 선수 부문 2위 `실버볼'을 수상했고, 남자 대표팀에서는 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브론즈볼을 받았지만 지금까지 한국 선수가 FIFA 주관 대회에서 골든볼이나 골든슈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한ㆍ일 자존심 건 맞대결 = 이번 결승전은 우승이라는 목표를 떠나서 `숙적' 일본과 양국의 자존심을 건 대결이라는 점에서도 결코 물러날 수 없는 승부다.

전통적인 여자 축구 강국으로 꼽혀온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독일(4경기 22골)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17골(5경기)을 기록하는 등 무서운 기세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북한과 4강전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역전승을 거두며 2연패를 노리던 전 대회 챔피언을 3, 4위전으로 끌어내리는 저력을 과시했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여자 축구 저변을 바탕으로 뛰어난 개인기로 무장해 선수들 기량이 고르다는 것이 강점.
나이지리아와 8강전에서 5골이나 내주고 스페인과 준결승에서도 전반에 선제골을 허용한 한국에 비해 수비진도 견고하다.

8강전 상대였던 아일랜드나 준결승전의 맞수 북한에 각각 단 한 골만을 내주는 '짠물 축구'를 선보였다.

하지만 한국은 지난해 11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2009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여자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일본을 이긴 적이 있어 결코 두려운 상대는 아니다.

현재 U-17 대표팀 멤버들이 주축이었던 당시 대표팀은 여민지의 결승골로 일본을 1-0으로 꺾고 결승에 올라 북한까지 제압, `아시아 최강'임을 증명했던 기분 좋은 기억이 있다.

지난 1987년부터 2004년까지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거켜 고교, 대학, 성인팀에서 두루 지도자 경력을 쌓았은 `일본통'인 최덕주도 일본전을 앞둔 대표팀에 든든한 버팀목이다.

최 감독은 "우리는 싸우러 나갈 것이다.

일본과는 승패를 떠나 특별한 관계이기 때문에 이 점을 선수들에게 중요하게 얘기하고 있다"며 마지막 혈투에 임하는 자세를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