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800선에 재진입하면서 펀드 대량 환매에 따른 지수 조정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1800선 위에서 설정된 자금의 환매가 지수 상승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지만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살아있고 환매자금이 주가연계증권(ELS)이나 랩 어카운트(Wrap Account)로 재유입 되고 있어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5342억원이 빠져나갔다. 코스피지수가 1800선에 재진입한 뒤 1820선까지 바짝 다가선 시기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순유출 규모가 하루 5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펀드 통계 집계 이후 지난 7월 15일 6555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2번째다.

자산운용사 대표들이 모여 대량 환매 사태에 대해 반성문을 쓰고, 수익률 관리 등에 만전을 기했다고 밝힌 지 만 두달여만이다.

김순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가 한 단계 '레벨 업'되는 초반에 수익을 회복한 펀드자금의 환매 욕구가 가장 강하다"면서 "코스피지수가 1700선 초반에 올라설 당시에도 하루 6000억원의 환매물량이 출회되기도 했지만 이후 잦아들었던 것을 보면 대량 환매사태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피 1800선 위에 남아 있는 국내 주식형 펀드 자금 규모는 18조70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특히 1850선 이하에 몰려있는 4조5000억원의 환매 부담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달들어서만 주식형 펀드에서 모두 1조7527억원이 이탈했고, 환매는 거의 대부분이 공모 펀드에서 이뤄지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더블 딥'(이중침체) 등 글로벌 경기둔화 가능성이 약화되면서 전고점을 점차 높여가는 것과 궤를 맞춰 펀드환매 강도도 점차 거세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 14일 투신이 전날 3999억원에 이어 3519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볼때 펀드환매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지수를 강하게 견인하고 있는 주체가 외국인인 만큼 펀드환매에 따른 지수하락 압력은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임승주 교보증권 애널리스트은 "코스피 1800선 위에서 설정된 펀드 자금이 환매되는 것으로, 앞으로 지수가 상승할수록 펀드 환매 압력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펀드 환매가 지수의 추가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부담은 있지만 최근 외국인이 대량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수급 부담은 적을 것"이라며 "환매된 금액도 최근 수익률이 높은 주가연계증권(ELS)이나 랩 어카운트(Wrap Account)로 재유입 되고 있어 지수나 증권사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