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의 화법(話法)은 한국인과 다르다. 부정적 의사를 밝히는 경우도 간접적인 방법을 쓰는 경우가 많다. 이걸 한국식으로 해석해서 "얘기가 잘 됐다"고 받아들여선 곤란하다.

일전에 한국 회사가 미국 바이어로부터 100만달러가 넘는 클레임을 받았다. 한국 회사의 미주 책임자는 바이어 대표를 직접 만나 "클레임 액수가 너무 크니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바이어의 답변은 "I will consider…" 로 시작됐다. 이 책임자는 본사에 "회의가 잘 돼서 클레임 액수를 깎아 줄 것"이라고 보고했다. 하지만 며칠 뒤 바이어로부터 전과 똑 같은 금액의 클레임 리포트가 날아 왔다. 미국 사람들이 웬만해서는 대화 상대방에게 'No'라는 즉각적인 부정의 표현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상대방이 아무리 "최선을 다하겠다(I will do my best)" 등의 호의적인 표현을 쓰더라도 그 자리에서 정확한 액수를 합의해야 한다.

한국 회사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대기업 임원과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담판을 짓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해프닝이 빚어졌다. 한국 사장은 테이블에 앉자마자 자기 입장을 준비해 온 대로 얘기했고,미국 임원은 "이해한다"고 했다. 한국 사장은 담판이 의외로 쉽게 끝난 줄 알고 의기양양했다. 그러자 미국 임원은 한국 사장이 좋아하는 골프 얘기 등을 하면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했고,한국 사장은 긴장을 풀고 웃으면서 여유 있게 회답했다. 그러다 미국 임원이 차츰 미국 회사의 입장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물론 사이사이 '한국 회사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지만'이라는 말을 섞어 넣으며 한국 사장을 계속 안심시키면서 얘기를 이어갔다. 이렇게 대화가 10분 정도 이어지자 한국 사장은 아주 쉽게 "Yes"라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미국 임원의 논지에 빨려 들어갔다.

미국인들은 직접적으로 '너'라는 화법을 자제한다. 데이트에 같이 참여하고 싶은 친구에게 "You can not join"이 아닌 "I can't let you join"이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미국인들은 부정적인 표현을 할 때 웬만큼 화가 나지 않고는 'you'로 시작하지 않는다. 한국 사람과 교류한 경험이 있는 미국인들에게 한국 사람의 단점을 얘기해 보라면 대표적으로 'rude'(무례하다)를 꼽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미국인들이 무례하다고 느끼는 것 중에 최소한 30% 정도는 한국인들의 넘치는 정 때문인 것도 있을 것이다.

미국 회사 근무 분위기의 한 단면을 보자.한국 회사 임원이 미국 본사에 와서 6개월 파견 근무를 했는데 필자에게 이런 코멘트를 했다. "미국 회사는 임원들이 전체적인 비전 구상을 하지 않고 일상 업무에 너무 매여 있다. "사실 대부분 미국 회사 임원들은 자기 수하에 있는 부하의 업무를 샅샅이 꿰뚫고 있다. 그래서 고위직급일수록 일이 많아지고,제일 먼저 출근해서 가장 늦게 퇴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미국에서도 CEO 및 임원들의 통찰력이나 비전이 작용을 하기는 하지만,절대적으로 해당 직원들과의 브레인 스토밍(brain storming)을 통해 구체화되고 실천으로 옮기게 되는 것이 차이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