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워치] 밥 한끼 150만원, BMW 22대 쇼핑…소비여력 250억원 '新귀족' 5만명
자동차 판매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중국 베이징 싼위안차오(三元橋) 인근에 있는 중국농업전람관.개막날인 지난 2일 전시장 안에 들어서자 유독 한쪽 부스에만 방문객이 몰려 있다. 벤츠 자동차가 눈에 들어왔다. 63만위안(약 1억1430만원)짜리 붉은 색 스포츠카를 바라보던 젊은 여인이 "예쁘다"고 하자 함께 왔던 남자가 곧장 직원을 부르는 모습도 보였다.

"개막 첫날인데 오늘 한 대에 120만위안(약 2억1600만원)짜리 검은색 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두 대를 포함해 9대를 계약했다"고 이곳 직원인 쏭메이난씨가 자랑을 했다.

글로벌 명품업체들이 중국에 '올인'하고 있다. 버버리 등은 대리점을 없애고 직영체제로 전환 중이다. 람보르기니와 같은 고급 차는 물론 요트 자가용 비행기 등 초고가 제품에서도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중이다. '부차첸(不差錢 · 돈은 나도 좀 있다)'이라고 말하는 중국의 부호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에서 실패하면 회사의 미래는 없다"(자오샤오후 버버리 중국법인 영업이사)는 게 세계 명품업체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몸 단 명품업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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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의 명품 판매 단지인 항저우시 항저우다샤는 매장의 연면적이 연 5만㎡에 달한다. 이곳 오메가시계 매장의 판매액은 지난해 1억위안(약 1800억원)을 넘어섰다. 루이비통 매장은 이 브랜드의 전 세계 매장 중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린다.

세계명품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명품 소비 규모는 94억달러에 달해 세계시장 점유율 27.5%를 기록했다. 일본에 이어 세계 2위다. 부가가치세 환급을 대행하는 글로벌 리펀드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 면세점에서 중국인들은 전년보다 47% 늘어난 1억5800만유로어치를 사들였다.

중국 부호들의 씀씀이가 크다는 것을 빗대 "장롱 속에 돈을 숨겨도 루이비통 백 안에 넣어 보관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시장이 이렇게 커지다 보니 명품업체들은 몸이 달았다. 버버리는 이달 초 중국 파트너인 궈항(國行)으로부터 중국 프랜차이즈 판권을 1억765만달러에 매입했다. 중국 30개 도시의 50개 버버리 프랜차이즈 매장을 직영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버버리는 앞으로 중국에 100개 매장을 더 열겠다고 밝혔다. 가방과 액세서리로 유명한 미국 코치는 중국 총판인 홍콩 이매진X 그룹으로부터 중국 내 판권 인수를 마쳤다. 스위스 고급 필기구 브랜드 '몽블랑'도 상하이 그레이싱 그룹과 관계를 청산했다. 이들이 직접 판매에 나서겠다고 한 것은 돈이 되는 시장을 독차지하기 위해서다.

은행들도 부호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베팅을 한다. 초상은행은 맞춤형 서비스로 유명하다. 홍콩 출장이 잦은 부자 손님에겐 홍콩의 5성급 호텔 1년 할인권을 선물하고,건강진단을 받으려는 고객에겐 해외 병원을 예약해 주기도 한다.

◆부자클럽 룽푸후이

베이징 창안제(長安街)에 있는 LG 쌍둥이빌딩 4층엔 동관과 서관을 통째로 쓰는 란(蘭)이라는 음식점이 있다. 2006년 문을 연 이곳은 천장에도 그림이 걸려 있을 정도로 호화롭다. 실내 장식에만 약 370억원이 들어갔다는 소문이다. 주로 돈 많은 여자들이 오랜 시간 이곳에서 점심을 즐긴다고 해 '란주(蘭族)'라는 말도 새로 나왔다. 돈을 아끼지 않고 쓰는 여성들을 지칭한다.

중국의 대표적인 부자클럽은 룽푸후이(龍富會)다. 상하이의 옛 영국대사관에 만들어진 고급 식당으로 멤버십으로 운용된다. 한 끼에 1인당 150만원 정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대표적 부자클럽은 창안제에 위치한 창안구락부다. 이곳 역시 멤버십으로 운영되며 부자들의 고급 사교장 역할을 한다.

이런 클럽들은 내놓고 부자임을 과시하는 곳이지만 최근 경향은 좀 달라졌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최근 중국 연안지역에 1000여개의 요트 중개회사가 성업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회원 간에도 원치 않을 경우 서로 만나지 않도록 하는 등 철저하게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다.

◆250억원의 구매력

중국에서 '억만부호'로 불리는 1억위안 이상 자산가의 실제 구매력은 25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영국 잡지 이코노미스트의 2008년 빅맥지수가 한국 3200원 대 중국 12.5위안이고,현재 환율이 1위안에 180원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중국의 부호를 연구한 보고서인 후룬리포트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250억원 이상을 쓸 수 있는 억만부호 숫자는 중국에서만 5만5000명으로,평균 43세다. 25억원 이상의 구매력을 가진 '천만부호'는 87만5000명,평균 39세다. 이들은 승용차 평균 3대,고급 손목시계 4.4개, 보석류 수집을 선호한다. 중국 고대의 붓글씨와 그림에도 관심이 많고,현대 예술품 수집과 쇼핑을 즐긴다.

3분의 1 정도는 술을 마시지 않으며,절반 정도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의 비율이 82%로 연평균 4회 정도 레저여행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아르마니 양복을 많이 입고,보석은 까르띠에 브랜드를 선호한다. 최근 충칭의 한 결혼식에 윈난성 장미 9만9999송이를 비행기로 공수했다거나,상하이 인근 우시에서 한 재벌이 BMW 22대를 한꺼번에 사는 등 졸부들의 기행도 심심찮게 보도된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