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universal) 상품을 만들고 이야기(story)를 담아라.그리고 녹색(green)을 입혀라."
디자인은 이제 가격이나 품질 못지않게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 하지만 국내 중소기업들의 디자인 인프라나 노하우는 여전히 개발도상국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31일 한국디자인진흥원으로부터 '차세대 디자인 리더'로 선정된 김창덕,변동진,정혜림씨 등 20명의 디자이너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웠던 중국 등도 디자인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며 "국내 중소기업들도 디자인에 대한 인식 전환과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한 글로벌 성공 중기 제품의 디자인 키워드는 '유니버설 디자인'과 '스토리텔링''녹색 디자인'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의 유무나 연령에 관계없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제품,건축,환경,서비스 등을 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는 취지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이라고도 불린다. 김창덕씨가 디자인한 '유니버설 화장실'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작품은 변기 앞에 가슴받이가 있어 노인이나 장애인도 몸을 지탱할 수 있다. 또 세면대가 변기 앞에 있어 손을 씻기 위해 이동하는 불편을 덜었다. 김씨는 "최근 열린 밀라노 가구박람회와 '100% 디자인런던' 전시회에서도 유니버설 디자인을 채용한 제품들이 대거 나왔다"며 "장년층 인구가 증가하면서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위한 캐스터네츠 모양의 가위 디자인도 유니버설 디자인에 해당한다.
스토리텔링은 디자인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의미를 전달하고 나아가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변동진씨는 이야기를 담은 벽시계를 선보여 지난해 10월 '100% 디자인도쿄' 전시회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제품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 시계는 시침,분침,초침이 각각 할머니,손녀,강아지 모양을 하고 있다. 가장 느린 시침은 할머니,가장 빠른 초침은 강아지를 형상화했다. 그는 "시간의 흐름을 숫자가 아니라 하루의 한 풍경으로 만든 벽시계"라고 설명했다. 김창덕씨는 전기플러그를 수도꼭지 모양으로 디자인해 호평을 얻었다.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으면 물이 새듯이 전기플러그 사이로 전기가 샌다는 뜻이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떠오르는 디자인 트렌드는 환경이다. 정혜림씨가 디자인한 '플러스 마이너스'라는 제품은 1.5ℓ짜리 페트병으로 아코디언처럼 접힌다. 사용 후 부피를 줄일 수 있어 재활용하기 편리하다. 정씨는 "중소기업들도 폐기물로 제품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