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화폐개혁 실패 후 시장 복구되는 중"
"김정일 사후 집단지도체제 들어설 가능성"

미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북한 전문가로 통하는 마커스 놀랜드 박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세' 검토 제안에 대해 늦었지만, 매우 환영할 일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재직 중인 놀랜드 박사는 30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이 통일세를 언급했을 때 좀 놀랐지만 이제 드디어 한국의 대통령이 통일 비용이라는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 준비가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는 것이 매우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 후 10년간 한국에 6천억달러가량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한국은 통일에 대비한 보험이라는 생각으로 미래의 통일 지출에 대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일 비용 대비를 위해 한국 정부가 일반적인 상황보다 재정을 더 보수적으로 운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금이나 부담금, 기금의 형식은 사실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며 "통일비용을 어떤 형식으로 마련할지는 한국 내부의 정치적인 문제라 구체적으로 조언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화폐개혁 이후 경제상황에 대해서는 "북한 당국이 경제에서 시장의 요소를 제거하려고 했지만, 이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며 "다시 북한에서 시장이 복구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화폐개혁 실패로 북한 정권에 큰 타격이 있었고 간헐적으로 시민 불복종이 일어나고도 있는데, 대규모 소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놀랜드 박사는 특히 현재의 북한 정권을 티토 집권 말기의 구(舊) 유고슬라비아에 빗대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티토는 매우 강력한 리더였지만 그의 사후 유고슬라비아는 집단지도체제로 바뀌었고 이 시스템이 10년 정도 유지됐다"며 "유고슬라비아처럼 북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오늘 밤 죽는다고 해서 즉시 붕괴되지는 않고 집단 리더십 체제가 들어서겠지만 이 체계가 지속적으로 안정을 유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과 관련, 그는 "북한과 중국 간에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전혀 모르지만 김정일은 중국으로부터 더 많은 원조를 끌어내는 동시에 후계체제를 승인받으려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중국은 북한에 호전적인 행위 중단, 경제개혁, 6자회담 복귀 등을 주문했을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yongl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