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영화감독들의 기상천외한 인생이야기' 출간

찰리 채플린은 '고무'로 만든 물건을 무서워했고, 앨프레드 히치콕은 '배꼽'이 없었다?

황당한 이야기 같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무성영화의 전설' 채플린은 '시티 라이트', '모던 타임스' 등의 걸작으로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지만, 영화계에서는 그리 환영받지 못했다.

채플린은 2주 동안 절대 옷을 갈아입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몸에서 나는 냄새가 너무 지독해서 같이 일하기를 거부한 감독이 있었을 정도다.

채플린은 또 한평생 '괴상한 공포'에 시달렸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는 고무나 고무로 만든 물건을 무서워했다.

평생 고무로 된 카메라 삼각 지지대를 사용하기를 거부했으며 심지어 콘돔도 쓰지 않았다.

또 자신이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서스펜스의 거장 히치콕은 짓궂은 장난으로 악명이 높았다.

영화 '현기증' 촬영 때에는 털을 뽑은 닭을 여주인공 킴 노박의 화장대에 매달아 놓아 그녀를 놀라게 했으며, 자기 집에서 연 파티에서는 파란색 마티니로 음식을 파랗게 만들어 내놓기도 했다.

또 가끔 셔츠를 들어 올려 여배우들을 기겁하게 했는데 이런 그에게는 배꼽이 없었다.

복부 수술 후에 꿰매버렸기 때문이다.

신간 '위대한 영화감독들의 기상천외한 인생이야기'(시그마북스)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다간 영화감독 36명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시간 동안에만 대여섯 차례 손을 씻는 청결 강박증의 월트 디즈니, 매월 11일에는 비행기를 타지 않은 마틴 스코세이지, 출연 배우들을 '제압'하고자 탁구 시합을 즐긴 스탠리 큐브릭, 동물 시체를 여러 조각으로 자른 뒤 사진을 찍고 전리품처럼 진열하는 기괴한 취미의 소유자 데이비드 린치 등 영화감독들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저자는 논픽션 소설 작가인 로버트 쉬네이큰버그다.

정미우 옮김. 408쪽. 1만4천원.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yunzh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