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가계소득 대비 금융부채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높이더라도 전반적으로 가계부채가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내일 발표 예정인 부동산거래 활성화 대책의 핵심으로 DTI 규제 완화가 손꼽히고 있는 가운데 나온 중앙은행 총재의 언급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여전히 반대가 만만치 않은 DTI 규제 완화론에 대해 그 부작용의 우려가 크지 않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김 총재는 "DTI는 수도권에서 자산을 가진 사람들과 관련돼 있어 가계부채 문제로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계부채의 규모와 증가속도가 심상치 않은 수준이고,DTI 완화가 이를 가속시킬 위험이 크다는 점을 간과한 데 따른 안이한 판단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미 지난 6월 말 현재 가계 빚은 711조6000억원으로 불어났고,외상거래까지 포함한 가계신용도 754조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가계 빚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주택가격 하락이 계속되고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 가계 파산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최근 금융시장의 최대 불안요인으로 가계부채를 꼽은 것도 그같은 우려에서다.

DTI 규제 완화는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켜 심각한 위기에 처한 주택건설 및 관련 산업에 숨통을 터주기 위해 필요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DTI 완화와 함께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감내할 수 있는 선을 넘지 않도록 부채 관리를 강화하는 게 필수적이다. 장기 ·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확대하는 등의 노력이 뒤따라야만 DTI 완화가 가계부채 위험으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금융당국도 가계 빚 증가 속도를 예의 주시하면서 그것이 금융회사의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속적인 경제회복을 통한 소득 증가만이 부채 증가를 상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