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과학감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동안 과학감정을 주도해온 국제미술과학연구소(소장 최명윤 명지대 교수)가 지난해 박수근의 '빨래터'에 대해 사실과 다르게 과학감정을 한데 이어 최근 원로화가 윤중식씨의 '새벽'(사진)에 대해서도 정반대 결론을 내렸다.

'새벽'의 진위 소송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3부는 지난달 2일 최종 판결에서 윤씨가 본인의 작품에 대해 진품임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같은 작품에 대해 국제미술과학연구소는 감정 소견서를 통해 윤씨의 작품이 위작에 가깝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새벽'은 2007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인사동 화랑 주인 A씨로부터 추정가 8000만원에 위탁받은 작품이다. 당시 서울옥션의 자체 감정과 한국미술품감정가협회의 안목 감정에서는 진품으로 판정됐으나 작가가 위작이라고 주장해 실제 경매에는 부쳐지지 않았다.

서울옥션과 업무를 제휴한 보험사 측은 "당시 작가는 이 작품이 위작이라고 주장하며 시중에 유통되지 못하도록 캔버스 뒷면에 '위작'이란 글씨를 썼다"며 "소장가의 작품이 일단 훼손된 만큼 보험금을 지급한 후 구상권 행사 차원에서 작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보험사 측은 "국제미술과학연구소가 여러 가지 근거들을 제시하며 위작 판결을 내렸지만 1976년 부산현대화랑 전시회 도록에 해당 작품이 실려있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으며,이를 통해 작가의 번복을 얻어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국제미술과학연구소는'새벽'에 대한 과학감정 소견서에서 물감 성분 분석 결과 해당 작품의 물감 성분이 윤씨의 다른 작품과 다르다는 점,캔버스 역시 윤씨가 즐겨 사용했던 후나오카 캔버스가 아니라는 점,액자틀도 1974~1975년 인사동 미림화방이 사용한 고무인과 다르다는 점,작가의 의견 등을 근거로 위작에 가깝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작가가 의뢰한 기준작 4점을 과학적으로 비교분석했지만 '새벽'을 위작으로 확정지어 결론을 내리기에는 자료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