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경관 살린 용산 파크자이 투자했더니…두배이상 올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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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마케팅 전문가 나훈영 '시드디자인' 대표
정원카페 '스쿱가든' 덕분에 업계서 유명세 타기 시작
디자인 우수 건물만 투자 '원칙'
최근엔 '인사동 사이에' 이태원 '로즈베이커리'에 심혈
정원카페 '스쿱가든' 덕분에 업계서 유명세 타기 시작
디자인 우수 건물만 투자 '원칙'
최근엔 '인사동 사이에' 이태원 '로즈베이커리'에 심혈
"부동산 투자의 첫 번째 기준은 '디자인' 입니다. 개인적으로 한국건축문화대상 수상작품에만 투자했습니다. "
2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사무실에서 만난 스페이스 마케팅 업체 '시드디자인'의 나훈영 대표(35)는 예술가다운 '부동산 투자론'을 펼쳤다.
◆'건축문화대상+매력적 거리'에 투자
그가 꼽은 최고의 투자 건은 '용산파크자이'다. 용산 삼각지 교차로에 자리잡은 고급 주상복합인 용산파크자이는 멀리서도 확연히 차별화된 외형과 규모로 2007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교차로 가로 경관과의 조화를 위해 건물 전면을 곡면으로 처리했다"며 "색상도 회색톤의 자연스런 컬러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기에 한 가지 조건을 더 들었다. 바로 '매력적인 거리'와 접해야 한다는 것.그는 "파크자이는 용산 미군 부대 앞 가로수길과 이어져 있다"며 "집에서 나와 이 길을 걸으면 삶의 큰 활력소를 얻는다"고 말했다.
이런 투자원칙으로 그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2003년 2억원 선에 불과했던 용산파크자이 102㎡(31평)는 현재 두 배 넘게 올랐다. 그는 지난해 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한 인천 송도 '커낼워크'에도 투자했다.
나 대표는 "송도는 아직 개발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투자의 성패를 말하기엔 이르다"며 "운하를 따라 걷도록 설계된 커낼워크가 가진 길의 매력은 분명히 빛을 발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생명'을 불어넣는 토털디자인
홍익대 산업디자인 학과(실내환경디자인 전공)를 졸업한 그가 디자인 컨설팅 업계에서 유명세를 탄 것은 가로수길의 정원카페 '스쿱가든' 덕분이다. 가로수길의 명소 소개에 빠지지 않는 이곳은 나 대표가 최시영 건축가와 함께 꾸민 곳이다.
가로수길 초입에 난 '작은 입구'를 따라 들어서면 숲속같은 정원과 유리로 된 화이트하우스(커피 파는 곳)가 나온다. 그는 "주말에 부부가 늦게 일어나 가로수길을 산책하다가 예쁜 정원에 들어와 간단히 브런치도 즐기고 쇼핑도 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원래 있던 공간은 최대한 살리고 고객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해 디자인을 가미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 정원은 국내 의류 대기업의 명품 아울렛 매장 앞에 있던 '놀리는 땅'에 불과했다. 그는 이 공간을 활용,집객 효과를 높여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고민 끝에 정원 카페를 제안했다. 나 대표는 "단순히 디자인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며 "스페이스 디자인 관점에서 보면 임차인들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스페이스 디자인이란 한 공간의 컨셉트를 잡고 여기에 맞는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풀어가는 방식이다. 특정 공간에 있는 작은 요소 하나 하나도 일관성을 갖고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개념이다.
그가 부동산 투자에서 '매력적인 길'을 중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나의 공간은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며 더 큰 매력을 발산할 수 있다는 지론이다. 가로수길도 각각의 점포들의 모여 특유의 매력을 풍긴다는 설명이다.
◆지금은 '스페이스 마케팅' 시대
나 대표가 토털디자인의 개념을 처음 적용한 것은 일본식 돈까스 '사보텐' 사업을 시작할 때였다. 그는 외식업체에서는 흔치 않게 고객과 시장에 따라 인테리어를 달리하는 매뉴얼을 만들었다. 그는 "예를 들어,강남 사보텐은 브랜드의 느낌을 살린 원목 마감을 쓰고 닫힌 공간의 개념을 도입한다면 지방 소도시에서는 느낌은 유지하되 단가를 낮춘 '유사 원목'을 사용하고 열린 공간의 개념을 도입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고객들이 사보텐 매장임을 인식할 수 있는 수준에서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마케팅적 차이를 주는 것이다. 이처럼 철저히 '고객지향적인' 마인드는 성공을 거두었다. 동시에 그가 토털디자인에 눈뜨게 된 계기가 됐다.
나 대표는 요즘 두 가지 큰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인사동의 복합문화공간인 '인사동 사이에'와 이태원 명품가게의 1층 '로즈베이커리' 오픈이다. 인사동 '사이에'는 국내 고미술계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공갤러리'가 대부분의 공간을 임대해 전통 문화공간으로 꾸민 곳이다. 지하 1~3개층의 트인 공간을 활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테넌트를 구성하고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토털디자인을 제안했다. 또 전통 복합문화공간이란 컨셉트에 맞게 전통 떡집,고미술 북카페 등에 임대를 줬다. 이태원 로즈베이커리는 유럽의 대표적인 오가닉 베이커리다.
두 프로젝트의 오픈이 이달 말로 코앞에 다가오면서 그는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일에 파묻혀 지낸다"며 "이들이 국내 스페이스 마케팅 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2006년 나 대표가 차린 스페이스마케팅&디자인 업체 시드디자인의 의미는 '도시 디자인 문화의 씨앗'이다. 그는 "나홀로 제멋대로인 서울의 도시 디자인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며 "우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독특한 매력을 풍길 수 있는 도시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