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가 8 · 8 개각과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8 · 15 이후로 예상되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간 회동 무산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친박계는 이번 개각을 통해 이 대통령의 친정체제가 강화돼 비주류인 친박계의 발언권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김태호 총리 내정자의 등장으로 차기 대권 구도 재편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박 전 대표의 대권 행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친박계 핵심인 유정복 의원의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내정을 두고도 '친박계 힘빼기'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친박계 서병수 최고위원은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내각 후보 추천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며 "추천 과정에서 당 · 정이 협력과 견제 역할을 충실히 했는지,당내 화합 카드는 충족시켰는지 스스로 반성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기환 의원도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김 후보자가 친이(친이명박)계 대표로서의 대선주자가 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서 "건전한 경쟁이라면 모르겠지만,우리(주류)가 뭉치면 국민적 지지도가 높은 대선후보도 바꿀 수 있다는 독선과 오만함에 빠질까 걱정"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친박계 내부에서 개각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면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이 무산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친박계 한 의원은 "김태호 · 이재오 카드는 결국 박 전 대표가 대권을 향해 가는 것은 죽어도 막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을 만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