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찰'

요즘 경 · 공매 시장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이렇다. 부동산 가격 하락과 기준 금리 인상 여파로 경 · 공매 물건이 쏟아진 때문이다. 반면 경매 수요자들은 똑같은 이유로 '더 지켜보자'며 관망세를 취하고 있어 응찰자들은 크게 줄었다.

이러다보니 경 · 공매 물건은 대부분 유찰되고 만다. 경매관련 정보업체인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지난 달 낙찰된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640건 중 50.5%인 323건이 2회 이상 유찰된 물건이다. 작년 9월 이 비율은 12.5%에 불과했다. 지난 6월 이후 2회 이상 유찰된 물건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경매에서 유찰되면 다음 번 경매는 떨어진 가격에서 시작한다. 손님을 끌어야 하는 이유 때문이다. 인천과 부천을 제외한 서울 및 수도권 경매법정에선 한번 유찰되면 경매시작가격이 20% 깎인다. 서울의 아파트가 경매에 나와 두번 유찰이 되면 최초 감정가의 64% 수준에서 경매가 시작된다. 인천과 부천은 30%씩 인하된다. 두번 유찰되면 감정가의 49%에서 시작해 말 그대로 '반값 아파트'가 된다.

실제로 지난 2일 서울 동부지방법원에는 서울 신천동의 롯데캐슬골드 166㎡(전용면적)가 경매로 나왔는데 경매 시작가가 10억2400만원이었다. 이 아파트는 작년에 처음 경매로 나왔을 때 감정가가 20억원에 이르렀다.

지난 5일에는 최고가 주상복합아파트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2차 160㎡가 캠코의 온비드 공매로 나와 감정가의 69%선인 15억2800만원에 낙찰됐다. 공매에 처음 부쳐진 타워팰리스 아파트로 관심을 끌었으나 시장을 이기진 못했다. 4번이나 유찰되며 이미지를 구겼다. 이 아파트 시세는 현재 20억5000만~22억원선이다.

경 · 공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기회로 삼으라고 권한다. 잦은 유찰로 가격은 떨어지고 경쟁자는 줄어 '물반 고기반'인 시장상황이 됐다. 너무 잦은 유찰 물건은 물론 권리관계에 흠이 있을 수 있어 꼼꼼한 분석은 필수다. 또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시기엔 최초 감정가가 매겨진 시기의 시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무조건 '싸다'는 인식을 가져서도 곤란하다. 강은현 미래시아 이사는 "부동산시장 호황기에 최초 감정가가 높게 책정된 채 경매로 넘어간 물건들이 많아 유찰이 됐더라도 수익률을 올리기 쉽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에서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