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등 3개 시민단체는 4일 서울 영등포동 미래여성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벌어진 해병대 성폭력 사건을 축소ㆍ은폐하려 한 책임자들을 강력히 징계하고 피해자의 신변보호와 치료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군 당국에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피해자 가족들을 면담한 결과 2사단 부사단장 안모 대령은 지난달 12일 오후 5시께 이모(22) 상병의 피해 사실을 보고받고서 가해자인 참모장 오모 대령이 자신과 친분이 있는 후배라는 사실 때문에 주저하다가 하루를 넘긴 다음날 오후 8시께야 상부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또 "이 상병이 12일 오전 대대장에게 처음으로 피해 사실을 알렸을 때 대대장은 `그냥 X 밟았다 생각하고 없었던 일로 하자'며 피해자에게 사건 은폐를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사단장 이모 준장은 부사단장에게서 보고를 받고도 사건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부하 장교들의 사건 축소ㆍ은폐 행위를 방조한 정황도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이 상병은 현재 민간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지만 청원휴가가 13일까지만 인정돼 그 이후에는 부대나 군 병원으로 복귀해야 한다"며 "피해자의 상태를 고려해 민간병원에서의 위탁치료가 가능하도록 군 당국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상병은 오 대령이 지난달 9일 새벽 군 휴양소에서 술을 마시고 영내 관사로 이동하던 중 자신을 차량 뒷좌석으로 끌고 가 입을 맞추고 바지를 벗겨 유사성행위를 강요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지난 1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군 당국은 지난달 16일 오 대령을 보직 해임하고 같은달 24일 구속했다.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a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