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털 업계에서 시작된 신용대출 금리 인하 움직임이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 제2금융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 금리는 여전히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수신을 통해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일부 저축은행은 대부업체보다 높은 금리를 받고 있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캐피탈이 신용대출 최고 금리를 연 36%에서 29%로 7%포인트 내린 것을 비롯 현대캐피탈과 롯데캐피탈도 연 39.99%에서 34.99%로 각각 5%포인트 인하했다.

대출금리 인하 바람은 저축은행에도 확산되고 있다. 업계 1위인 솔로몬저축은행은 최근 신용대출 상품인 '와이즈론'의 최고 금리를 연 42%에서 37%로 5%포인트 내렸다. HK저축은행도 신용대출인 '119머니'의 최고 금리를 연 48.9%에서 43.9%로 5%포인트 인하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도 연 39.8%인 '알프스론'의 상한 금리를 다소 인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다른 저축은행들도 조만간 5%포인트가량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한차례 홍역을 치렀던 카드사들은 이보다 앞서 금리를 조정했다. 2분기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현금서비스 금리는 평균 연 21.49%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4%포인트 떨어졌다. 하나SK카드는 연 27.80%에서 22.56%로,현대카드는 연 27.41%에서 24.02%로,롯데카드는 27.59%에서 24.31%로 각각 내려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금융권의 대출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HK저축은행의 '119머니' 대출금리는 최고 연 43.9%에 달한다. 현대스위저축은행의 '알프스론'도 연 39.8%를 적용하고 있다. 이는 국내 1위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와 유일하게 코스닥에 상장된 대부업체인 리드코프의 최고 금리(각각 연 38%)보다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 업계 1위인 솔로몬저축은행의 최고 금리(연 37%)도 이들 대부업체와 비슷하다.

현대캐피탈과 롯데캐피탈의 금리(각각 연 34.99%)도 대부업체보다 약간 낮을 뿐이다. 러시앤캐시는 이달부터,리드코프는 지난 4월부터 최고 금리를 각각 10%포인트 인하했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경우 수신기능을 갖고 있어 얼마든지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데도 대부업체 수준의 대출금리를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고금리 신용대출을 팔고 있는 저축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라 여러 차례 대규모 부실이 났던 저축은행들을 떠맡은 대형사가 대부분"이라며 "수익을 내야 하는 만큼 무작정 금리를 내릴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