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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1천여점 훔쳐..백화점.대형마트는 이미지 때문에 '쉬쉬'

"세탁기 안에도 훔친 신발과 옷이 가득했고 신발장과 장롱 위, 베란다 등 집 구석구석에 훔친 물품으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습니다.

집안에 백화점의 대형 의류판매장을 옮겨 놓은 것 같아 깜짝 놀랐습니다.

"
울산남부경찰서 형사 3팀 소속 경찰관들은 3일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한 주부 백모(34)씨의 집에 훔친 물건을 수색하러 갔다가 혼비백산했다.

90여㎡ 크기인 백씨의 아파트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신발장에 백씨가 훔친 신발이 가득했고 안방 장롱 서랍, 자녀 공부방의 책꽂이, 베란다, 심지어 다용도실의 세탁기 안에까지 절취품 1천여점이 넘쳐났다.

값으로 치르면 1억여원에 달한다는 것이 경찰의 추산이다.

물품 대부분이 상표가 붙은 채 백화점에서 판매할 때처럼 비닐봉지나 주머니에 그대로 들어 있었다.

물품의 종류도 의류와 신발, 핸드백, 가방에서부터 속옷과 양말까지 없는 것 없이 다양해 그야말로 '백화점'을 방불케 했다.

특히 백씨는 자기 몫의 옷과 신발뿐만 아니라 남편과 두 자녀 몫의 물품까지 골고루 훔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밝혔다.

한 경찰관은 "백화점 등지에서 물건을 수십점 훔쳐 자기가 사용했거나 남에게 판 경우는 봤어도 5년간 훔친 물건 1천여점을 집안에 고스란히 진열해 둔 사건은 처음"이라며 "백씨가 가정형편이 어렵고 우울증이 있어서 도벽이 강하게 일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며 선처를 호소했다"고 전했다.

백씨가 물건을 훔친 곳은 울산 남구의 백화점 2곳과 대형할인점 2곳 등 모두 4곳.
백씨는 이들 4곳에서 매달 10여회씩 5년여간 물건을 훔칠 동안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는 몰랐을까.

백씨의 경우 말고도 백화점과 대형할인점에서는 매일 절도범이 끊이지 않는 등 도난 사건이 속출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백씨는 지난달 31일 한 입점 매장에서 물건을 훔치다 현장에서 백화점 보안요원에게 적발되면서 5년간의 긴 절도 행각에 덜미를 잡히긴 했다.

그러나 손해를 본 입점 매장에서 백화점과 대형할인점에 도난 사실을 신고해도 해당 업체는 이미지에 손상을 입는다며 대부분 묵살하고 경찰서 등 외부에 알리지 말도록 종용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도난 사건이 발생하면 입점 매장 직원이 물건값을 갚는 등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사건은 흐지부지되기 일쑤여서 백화점과 대형할인점 내부의 도난 사건은 좀체 근절되지 않고 있다.

백씨가 지난 5년간 백화점과 대형할인점을 제 집처럼 드나들며 1천여점의 물품을 훔쳐도 들키지 않았던 이유다.

경찰은 이날 백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상습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lee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