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개월 전에 내놓은 전세가 아직도 빠지지 않고 있어요.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빼주지 못해 세입자를 피해다니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니까요. "(파주시 교하8단지 N부동산 관계자)

파주신도시 교하8단지의 D아파트 105㎡형 전셋값은 2년 전만 해도 1억원 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8000만원으로 떨어졌다. 매매가격도 5000만원 정도 하락한 데다 주변지역에서 1만여채의 신규 아파트가 쏟아지면서 전세매물이 공급과잉 상태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증금이 낮은 전셋집으로 이사를 가려는 세입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세보증금을 되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 간 실랑이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성북구 일대와 경기도 용인,파주 등 신규입주 아파트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시장이 심하게 출렁이고 있다. 세입자를 못 구하는 집주인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물론 임대료 하락에 따른 보증금 차액을 마련하지 못해 쩔쩔매는 '역(逆) 전세난'도 벌어지고 있다.


◆전셋값 못 빼주는 '역전세난' 본격화

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경우 입주물량이 상반기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은평구의 전셋값 하락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곳에선 다음 달 말 입주예정인 불광동 힐스테이트 3차(1332채)와 래미안3차(1025채) 등 5000여채의 새 아파트가 입주 채비를 하고 있다. 물량 증가가 가시화되면서 전셋값도 최근 한 달 새 최대 5000만원 떨어졌다.

수도권도 비슷한 상황이다. 입주금을 마련하지 못한 계약자들이 새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으면서 기존 아파트 전셋값까지 끌어내리고 있다. 용인 성복동 L아파트 161㎡형의 전세 호가는 현재 1억7000만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 1000만~2000만원가량 하락했다. 죽전지구 D아파트 161㎡형 전세도 2억원에서 최근 1억8000만원으로 2000만원 내렸다.

역전세난도 본격화하고 있다. 파주 교하읍 W아파트 109㎡형의 경우 2년 전 전셋값이 8500만~9500만원 선이었으나 현재 최하 7500만원으로 떨어지면서 집주인이 전세금을 2000만원까지 돌려줘야 한다. 보증금 차액을 마련하지 못한 집주인들은 전세를 빼지 못해 세입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전세가 나갈 때까지 세입자에게 보증금에 대한 이자를 물어주는 집주인들도 있다.


◆다음 달 이후에도 전세 불안 심화될 듯

전문가들은 다음 달 이후에도 지역별로 새 아파트 '입주 봇물'이 잇따를 예정이어서 국지적인 전세시장 불안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하반기 서울 전체 입주물량은 2만1151채로 상반기(1만7247채)보다 23%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동작구에선 상반기의 두 배가 넘는 1848채가 입주할 예정이다. 성북구도 상반기(2507채) 입주물량을 훨씬 웃도는 3606채가 하반기에 집들이를 시작한다.

수도권에서는 용인이 7월 현재까지 7690채가 입주를 시작한 데 이어 8월 이후 6457채가 추가로 입주한다. 고양시도 하반기 입주물량이 1만2887채로 상반기(624채)의 20배에 이른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입주가 한꺼번에 집중되는 곳은 역전세난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정선/성선화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