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예정됐던 정부의 부동산거래 활성화 대책 발표가 연기된 가장 큰 이유는 대책의 핵심인 총부채상환비율(DTI) 상향 조정 여부에 대한 정부 내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7 · 28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대책을 내놓는다는 비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일단 판정승

21일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관계장관회의 결과는 '기획재정부와 금융당국의 판정승'으로 요약된다. 국토해양부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DTI 완화 요구가 이번에도 무산된 것이다.

회의가 끝난 뒤 정종환 국토부 장관(사진)이 "보다 광범위한 여론수렴과 실태조사를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금융점검회의에 이어 이틀 연속 장관들이 머리를 맞댔지만 지금 당장은 어렵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이날 회의에서는 실제 DTI 외에도 세제나 분양가 상한제 등 가능한 모든 정책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조합을 맞춰봤으나 추가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DTI 완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은 회의 전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앞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의 하향 안정화는 수요 · 공급 측면에서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이라고 언급,DTI 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국토부는 이날 회의 결과에 허탈함을 나타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국토부 방안은 별 것이 없다"며 "사실상 DTI가 전부"라고 말했다. 세제 개편안은 8월에 논의하기로 했고,분양가 상한제는 관련 법안이 추진 중인 상황이어서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계부채 증가 우려가 부담

금융당국은 이날 회의에서 DTI를 10%포인트 인상해도 부동산 거래는 활성화되기 어려우며,오히려 고소득층의 고가 주택에 대한 투기적 수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서울의 DTI 평균 비율은 30%로 현재의 규제 비율인 50%를 한참 밑돈다"며 "DTI를 완화해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DTI 완화 시 우리경제의 잠재적 부담요인이 되고 있는 가계부채의 불안을 증폭시키면서 오히려 거래활성화보다는 자금공급을 확대하면서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경제의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DTI를 완화할 경우 고소득자일수록 대출한도 확대 폭이 커져 고소득층의 고가 주택에 대한 투기적수요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자칫 부자들을 위한 정책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판단도 지적했다.

금융위는 오히려 수도권 거래 침체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무리한 공급 정책에 있다고 진단했다. 또 국토부가 추진 중인 보금자리주택 공급과 신도시 건설 등 주택공급계획 일정을 조정하고 시장을 왜곡시키는 분양가 상한제와 대규모 동시 분양제 등의 폐지 혹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