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도로 전북 완주 삼례IC에서 전주 방면으로 3㎞쯤 도로 좌측에 자리한 고추선별장에서는 요즘 즐거운 비명이 넘쳐나고 있다. '모악산 당조(糖調)고추'로 대박의 꿈에 부푼 이곳은 농산물유통업체 '농부의 꿈'(대표 김경술 · www.dangjo.co.kr)이다. 본격 출하기를 맞아 완주군 일대 농가에서 재배한 당조고추들이 소형 플라스틱 박스에 담겨 줄줄이 선별장에 도착하고 있다. 사장과 직원 20여명은 오전 8시부터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꼬박 하루 17시간을 숨돌릴 틈 없이 작업대에 매달려 구슬땀을 쏟고 있다.

작업반장 김명진씨(42 · 완주군 삼례읍 신금리)는 "요즘 같으면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며 "그래도 우리가 선별해 포장하는 고추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도움받는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어깨를 으쓱했다. 선별장 왼쪽 20여평의 사무실에서는 직원 2명이 요즘 쇄도하는 전화를 받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김종고 전무는 "당조고추의 소문이 퍼지면서 하루 200통 이상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며 "다른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말했다.

당뇨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되고 있는 당조고추가 요즘 거센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7,8,9월 출하기를 맞아 평소보다 10배가 넘는 하루 5000㎏이 이곳에서 포장돼 매일 새벽 냉동탑차에 실려 전국으로 출하되지만 주문량을 소화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매출도 월 8000만원 하던 것이 6월 중순부터는 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 때문에 회사 측은 농민들의 계약 생산면적을 현재 30㏊에서 내년에는 10배인 300㏊로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당초 예상했던 연매출도 150억원(100만㎏)을 웃돌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당조고추의 폭발적 인기비결은 혈당을 조절하는 효능 때문이다. 2008년 처음 개발됐을 때 강원대학교 원예연구소의 실험결과 당조고추는 당뇨와 비만의 원인이 되는 탄수화물의 장 내 흡수를 저하시키는 효소 'AGI'(α-glucosidase inhabitor)를 다량 함유(개당 평균 13g)한 것으로 밝혀졌다. 강원대와 공동개발한 박동복 제일종묘농산대표는 당조고추로 정부의 산업포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 전북대병원 기능성식품 임상시험지원센터의 임상실험에서도 당조고추의 샘플 모두에서 AGI를 추출했고 당조고추 추출물 50ul에서 최고 30%까지의 억제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나는 등 효능이 속속 입증되고 있다.

구매자들의 호응도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 안양의 김모씨(72)가 고추를 섭취한 뒤 지난 3개월여 동안 낮아진 혈당수치를 일지형식의 기록으로 편지에 담아 고마움을 표시해온 것을 비롯해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혈당조절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글들이 다수 게재되고 있다. TV와 신문 등은 수요 폭증의 계기가 됐다. 이달 초 방송전파를 잇달아 타면서 당조고추는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이 때문에 6월 말까지만 해도 700여명에 머물던 회원 수는 불과 한 달도 안돼 1000명을 넘어섰다. 판로도 확대일로를 걷고 있다. 기존 신세계 · 롯데 · 현대백화점에 이어 다음 주 중에는 갤러리아백화점에서도 판매될 예정이다. 대형할인점으로는 농협하나로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에 이어 이마트 입점이 시작됐다. 현재 몇몇 대형할인점 등을 중심으로 입점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올해까지는 고추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방안이 없어 추가납품은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에는 농림식품수산부가 선정하는 전국 60여 품목의 농산물 명품에 당조고추가 완주군의 명품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김경술 사장은 "당조고추가 알려지면서 일부 효능이 과장돼 퍼지는 경우도 있다"면서 "당조고추에는 혈당 상승을 막아주는 AGI 성분이 있어 혈당을 내려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뇨병을 치료하는 치료제는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오랜동안 복용시 내성발생의 우려가 있는 당뇨약과는 달리 친환경적으로 재배돼 부작용이 없는 식품"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최근 연구결과 고추보다 고춧잎에 AGI 성분이 다량 함유된 것으로 나타나 고춧잎 차를 비롯해 김치 고추장 등 당뇨환자를 위한 식이식 개발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