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공사비 '고무줄 증액' 막는다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둔촌주공 등 재건축 사업장을 놓고 건설사들이 수주전을 한창 벌이던 지난 5월.건설사들이 동원한 100여명의 아웃소싱 마케팅 요원들로 인해 과열경쟁은 물론 상품권 수수 등 탈법 · 불법 행태가 벌어졌다. 지난달 초에는 재개발구역의 조합장과 정비업체 임원 등 3명이 의정부지검에 의해 구속 기소됐다. 대형 건설사 3곳으로부터 시공사 선정 대가로 16억원가량을 받은 혐의였다.

서울시가 재개발 · 재건축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하는 공공관리제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14일 내놓았다. 시공자 및 설계자,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이하 정비업체) 등에 관한 기준이다. 16일 제도 시행과 함께 이 기준이 적용되면 재개발 · 재건축 사업을 둘러싼 고질적 병폐들이 상당 부분 사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공사 선정 때 지분제 · 도급제 선택

서울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조합 대의원회는 일반경쟁,제한경쟁,지명경쟁 등으로 3개 이상의 건설사를 총회에 상정한 뒤 주민투표로 최종 업체를 선정하게 된다.

일반경쟁은 입찰조건에 제한이 없지만 2개 업체 이상이 참여해야 한다. 지명경쟁은 5개 업체 이상을 지명해 이 중 3개 업체가 참여토록 했다. 지명경쟁은 도급한도액,시공능력,공사실적만 제한하되 5개 업체 이상이 입찰에 참여해야 한다. 복수업체 참여를 의무화한 것은 특정업체의 조건에 맞춰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해 경쟁을 막아왔던 폐단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입찰에 참가하는 건설사들은 사업시행인가 상의 설계와 내역서를 기준으로 입찰제안서를 내야 한다. 조합은 입찰제안서를 기준으로 도급제는 물론 지분제 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시공사 선정시 건설사의 과열 홍보를 막기 위해 조합이 주관하는 합동설명회(2회 이상) 외에는 아웃소싱 요원 등을 통한 개별 홍보가 금지된다. 이를 어기면 입찰자격이나 업체 선정 지위가 박탈된다.

시는 입찰제안서에 회사 현황을 비롯해 이주비 및 사업비 대여,설계변경 여부 등을 항목별로 꼼꼼하게 적도록 할 예정이다. 이건기 서울시 신주택정책기획단장은 "건설사들이 사업시행인가된 설계를 근거로 구체적인 공사비를 제시하는 만큼 사업진행 과정에서 공사비를 부풀리기 어려워 조합원과 분쟁을 빚는 현상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공사 선정 기준은 공공관리제 시행일(7월16일)보다 늦은 10월1일 이후부터 적용된다. 서울시는 다음 달 보다 구체적인 시공사 선정기준을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다.

◆설계자 · 정비업체는 2곳 중에서 선정

설계자와 정비업체 선정 기준은 16일부터 적용된다. 설계자를 뽑는 추진위원회는 사업수행 능력과 입찰가격 등을 평가하는 '자격심사'와 현상공모 방식의 '설계경기' 등 두 가지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이때 일반 · 지명 · 제한경쟁 입찰이 모두 가능하며 입찰 참여업체 중 2개 업체로 압축한 뒤 총회를 통해 최종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정비업체도 두 단계의 자격심사 과정을 거쳐 2개 업체를 우선 선정한 뒤 총회에서 최종 업체를 가리도록 했다. 정비업체 선정에 앞서 이미 추진위원회 구성 단계에서 구청장 등이 선정한 정비업체를 승계할 경우 별도의 심사과정 없이 주민총회 의결을 거치면 된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