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 판교신도시의 신분당선 판교역을 중심으로 들어설 복합단지 알파돔시티 부지.7일 찾은 이곳에는 '판교역,알파돔 부지'라는 플래카드 하나만 달랑 걸려 있었다. 총 사업비 5조원대의 이 사업은 계획대로라면 작년 7월 착공돼 골조공사 등이 한창 진행 중이어야 하지만 부지 조성작업 단계 그대로다.

문제는 알파돔시티 자체가 자금난으로 좌초 위기를 맞았다는 점이다. 아파트 입주가 끝나가는 시점에 랜드마크이자 핵심 상업시설 공사가 중단되면 판교신도시의 다운타운 공동화도 불가피하다.

㈜알파돔시티 관계자는 이날 "자금조달이 안돼 이달 중순 예정이던 1~5차 토지 중도금 납부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롯데건설 등 건설투자자(지분율 35.5%),대한지방행정공제회 등 재무적 투자자(32%),신영 등 전략적 투자자(15.5%) 등 ㈜알파돔시티의 주요 주주들도 자금 추가 투입을 거부,발주처인 LH(19%)에 중도금을 내기가 불가능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알파돔시티는 총 2조5580억원의 토지대금 중 1~4차 중도금 4300억원과 5차 중도금 2000억원을 각각 12일과 1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납부하게 돼 있다.

LH는 45일간의 납부 유예기간이 끝나는 8월 말까지 ㈜알파돔시티 측이 돈을 내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한다는 방침이다. ㈜알파돔시티 관계자는 "계약이 해지되면 계약금 2360억원과 사업이행 보증금 2000억원을 모두 날리지만 현재로선 자금조달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알파돔시티는 인천 도화지구 PF사업,경기도 일산 한류우드2구역 PF사업에 이어 세 번째로 좌초하는 공모형 PF사업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PF사업 등 전국 44개 공모형 PF사업장 가운데 상당수가 토지 중도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중단되는 공모형 PF사업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PF사업이 대거 좌초 위기를 맞은 것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적자가 예상되는 데다 사업 시공을 조건으로 참여한 건설사들이 대규모 미분양에 발목이 잡혀 땅값을 마련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형 PF사업의 94% 이상이 신도시 핵심 상업시설이자 랜드마크를 짓는 프로젝트"라며 "사업 주체들이 수천억원대의 돈을 날리는 것은 물론 신도시 입주자들도 기반시설 부족으로 큰 불편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