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수 건설사와 은행,투자회사들로 구성된 한 컨소시엄이 외국인 투자자의 사업 불참으로 거액의 위약금을 물게 됐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 개발사업 중 가장 큰 6조원 규모의 국제업무지구 사업에 뛰어들었던 D컨소시엄이 당사자다. 건설 경기가 어려운 마당에 참여사들은 377억원의 위약금을 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한국토지주택공사(당시 한국토지공사)는 2006년 인천청라지구 국제업무타운사업 사업자를 공모했다. 120만㎡가 넘는 사업지에 국제업무 · 상업 · 체육시설,공동주택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었다. 외국인 투자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사업목적이었기 때문에 컨소시엄에는 반드시 외국인 투자자들이 참여해야 했다.

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수주전에서 D건설을 비롯한 건설사와 대형 은행 등으로 구성된 D컨소시엄이 P건설을 중심으로 한 P컨소시엄을 따돌리고 사업자 후보자 지위를 획득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가장 큰 21%의 지분을 가진 외국 투자회사 와코비아와 몇몇 투자자가 협약서 서명을 거부했다. D컨소시엄은 후보자로 선정된 지 60일 이내에 사업협약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보증금을 위약금조로 잃게 될 처지였기 때문에 부랴부랴 협상을 했다. 결국 다른 외국인 투자자인 ABN 암로은행 등은 협약서에 서명했지만 끝내 와코비아는 서명을 거부했다. 그러자 토지공사는 사업후보자 선정을 취소하고 P컨소시엄과 협약을 체결했다.

D컨소시엄은 'P컨소시엄의 사업자 선정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고 자신의 사업자 지위를 확인해달라는 소송도 냈지만 수원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 등에서 모두 기각당했다. 게다가 D컨소시엄에 보증을 서준 서울보증보험이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보험금 청구소송을 당했다. D컨소시엄이 기간 내에 사업협약을 맺지 못한 만큼 6조원의 1%인 600억여원을 물어내라는 소송이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1부는 이 소송에서 서울보증보험은 377억원을 토지주택공사에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판결을 내렸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업은 외국인 투자유치가 목적이기 때문에 와코비아를 빼고 일방적으로 일부 구성원을 변경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사업후보자 선정 취소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와코비아가 실사조건부로 사업에 참여한다는 서류를 냈음에도 토지주택공사는 이를 무시하고 D컨소시엄을 후보로 선정하는 등 과실이 있기 때문에 보증금의 60% 상당으로 감액함이 합당하다"며 377억원을 지급하라고 한 이유를 밝혔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