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지명수배를 받아오던 강도 용의자가 수배 기간 추가 범죄를 저지른 것은 물론, TV 예능 프로그램에까지 출연한 것으로 드러나 경찰의 허술한 수배자 관리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28일 경기도 화성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2003년 12월 인질강도 혐의로 수배된 지 6년 6개월여만에 경찰에 붙잡힌 조모(50)씨는 지난해 4월 모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 '손당구 전문가'로 출연했으며, 이를 계기로 유명세를 얻어 전국의 당구장 개업 행사장에 초청받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명수배자가 당구 전문가로 둔갑, 전국을 활보했는데도 경찰의 수사망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조씨는 또 2004년 7월 전북 김제에서 지인에게 빌린 돈을 갚지 않은 혐의(사기)로, 2006년 5월에는 경기도 화성의 한 술집에서 손님과 다툰 혐의(상해)로 각각 수배자 명단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듯 대담한 행보를 보인 조씨의 도주극이 막을 내린 것은 지난 26일로, 화성 동부경찰서는 TV를 통해 조씨의 '건재'를 확인하고서 추적 1년여만인 이날 경기도 용인에서 조씨를 붙잡았다.

조씨는 현재 2003년 지명수배가 내려질 당시의 사건 담당 경찰서인 대전 둔산경찰서로 신병이 인계된 상태다.

조씨는 2003년 12월 7일 대전시 중구 태평동 김모(39.여)씨의 집을 찾아가 '슈퍼마켓에서 배달왔다'고 속여 문을 열게 한 뒤 김씨와 가족들을 위협해 1천1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지명수배자가 수배 기간 추가 범죄를 저지른 것은 물론, TV에까지 출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추모(28)씨는 "어처구니가 없다."며 "예능 프로그램 관계자들도 알 만큼 유명한 당구 전문가를 지명수배까지 내린 경찰이 어떻게 모를 수 있느냐?"라면서 경찰의 허술한 수배자 관리를 꼬집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용의자에 대한 지명수배가 내려지면 공소시효가 만료될 때까지 추적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실제로는 1∼2년 안에 검거되지 않으면 미제 사건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라면서 "불심검문에 의존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young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