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뚫는 비장의 무기다. " "공연업계의 유행 변화다. "

연극 · 뮤지컬계가 남자배우 2명을 내세운 '남 · 남 2인극'으로 인기몰이에 나섰다.

다음 달 13일 국내에서 처음 무대에 올리는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7월분 관람권의 절반 이상이 단 하루 만에 팔렸다. 앞쪽 좌석(R석)은 대부분 동이 난 상태.스타 뮤지컬 배우인 류정한과 이석준,신성록,이창용이 출연하는 이 작품은 토머스와 엘빈이라는 두 남자의 30년간 우정을 시간 변화에 따라 액자 형식으로 보여준다. 배우 2명이 밴드 반주에 맞춰 서정적인 멜로디를 노래하며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원작은 브로드웨이 작품이다. 9월19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오는 11월14일까지 공연하는 '쓰릴미'도 월드컵 열기에 아랑곳없이 공연마다 유료관객 점유율이 70~80%에 달하고 있다. 이 작품은 1924년 시카고를 떠들썩하게 했던 12세 소년 살인 사건을 다룬 범죄심리극.당시 용의자는 19세의 법대 졸업생인 '나'와 '그'였다. 동성애와 유괴 살인이라는 소재에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강렬한 노래가 보태졌다.

2008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코미디 연극 '웃음의 대학'은 대학로의 아트원씨어터와 코엑스에서 오픈런(상시 공연) 체제를 굳혔다. 전시 상황에서는 웃고 즐겨서는 안 된다고 믿는 검열관과 공연 허가를 받기 위해 그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여 가면서 희극 대본을 수정하는 작가 사이의 해프닝을 그렸다.

공연계에서는 2인극의 경우 제작비가 적게 드는 데다 연기력과 노래 실력이 뛰어난 배우들이 소극장에서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는 점을 성공요소로 꼽는다.

오디뮤지컬컴퍼니의 신은씨는 "출연 배우와 무대 세트,해외 라이선스 로열티 등 여러 요소에서 차이가 나긴 하지만 몇십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대작 뮤지컬에 비해 2인극은 훨씬 적은 비용으로도 무대에 올릴 수 있다"며 "연극 · 뮤지컬 관객의 90%가 여성인 점을 감안하면 남자 배우들의 '티켓 파워'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검증받은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 시대가 주춤하면서 2인극 등 중 · 소극장 공연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볼거리 위주의 비슷비슷한 작품에 싫증을 느낀 관객들이 자극적인 소재나 음악적 완성도를 앞세운 실험적이고 감각적인 공연을 찾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런던의 웨스트엔드나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도 1990년대 이 같은 트렌드 변화가 나타났다"며 "2인극을 찾는 소비자들이 마니아층에서 점차 대중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