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를 1개만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방송광고시장 성장세가 정체돼 있는 상황에서 종편 사업자가 너무 많으면 착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아직 새로 선정할 종편 사업자 수를 정하지 않고 있다.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17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종합편성채널의 합리적 도입 방안에 관한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에 나선 권만우 경성대 교수는 "종편채널 운영에 매년 3000억원씩 최소한 3년간 1조원의 자금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라며 "방송 광고시장을 고려할 때 3개 이상의 종편 채널을 선정할 경우 시장을 교란하고 종편채널의 실패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복수 종편사업자 선정 시 사업자들은 콘텐츠에 투자해야 할 재원을 경쟁적으로 마케팅 비용 등에 쓸 수밖에 없고 광고매출도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며 "최악의 경우 지상파방송보다 작고 일반 방송채널(PP)보다 조금 큰 경쟁력 없는 중소 PP만 만드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럴 경우 글로벌 미디어기업 육성과 콘텐츠 산업 활성화라는 당초 정부의 목표 달성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정부가 이번 종편사업자 선정 때는 가장 우수한 점수를 받은 1개 컨소시엄만 선정하는 것이 성공할 확률을 높이고 실패하더라도 위험을 분산시키는 길"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복수 종편이 필요하다면 1차 선정 후 결과에 따라 추가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종편채널 선정 기준을 서둘러 밝혀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권 교수는 "방통위가 심사기준이나 세부사항,논쟁이 예상되는 민감한 이슈를 제외하더라도 최소한 승인할 종편 수는 늦어도 7월 초까지 공표하는 것이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방통위는 종편 및 보도채널 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기본계획을 8월 말 또는 9월 초에 발표할 예정이다.

종편사업자 선정 기준과 관련,권 교수는 "예비사업자들이 SBS 사례를 준용해 자금조달 계획을 제시할 것이어서 자본금 규모는 사업 능력을 판별하는 기준이 되기 어렵다"며 "방송 콘텐츠 제작 능력 및 경험 등을 심사 잣대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기 숭실대 교수는 '종합편성 채널 도입으로 인한 방송시장과 수용자의 변화'라는 주제발표에서 종편채널의 성공조건으로 상품 및 편성 차별화,채널 이미지 구축 등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국내 광고시장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가 채 안되는데다 유료방송채널도 광고수익 의존도가 높다"며 "종편채널이 성공하려면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기존 지상파방송이나 PP채널과는 차별화되는 방송콘텐츠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또 "종편채널은 연간 3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SBS에 버금가는 4~5%의 시청점유율을 차지할 경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