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 = 11일 밤 11시(이하 한국시간)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에서 열릴 A조 예선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멕시코의 개막전을 신호탄 삼아 2010 남아공 월드컵 축구대회가 한 달간 열전에 들어간다.

개막전은 그동안 이변이 적지 않게 일어났고 그 대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팬들의 흥미를 끈다.

비단 공식 개막전이 아니어도 첫 경기라는 특유의 부담이 도사리고 있어 본선 진출 32개국 모두 첫 단추를 잘 꿰어야한다는 심정으로 조별 예선 1차전에 올인한다.

역대 개막전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국제축구연맹(FIFA)은 1974년부터 2002년 한일월드컵까지 8개 대회 동안 전 대회 우승국을 개막전에 내보내 첫 경기부터 붐업에 나섰다.

그러나 디펜딩 챔피언의 성적이 신통치 않아 '개막전 징크스'라는 용어가 생겼다.

통산 3회 우승컵을 들었던 브라질은 1974년 서독 월드컵 개막전에서 유고슬라비아와 0-0으로 비겼다.

1974년 홈에서 축배를 들었던 서독도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폴란드와 개막전에서 맞붙어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급기야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는 전 대회 우승팀 아르헨티나가 개막전에서 벨기에에 0-1로 패해 저주가 시작됐다.

아르헨티나는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경기로 거론되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개막전에서 카메룬에 0-1로 또 패해 체면을 구겼다.

'아트사커'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제패했던 프랑스도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흑표범' 세네갈에 0-1로 무릎을 꿇어 이변의 제물이 됐다.

카메룬과 세네갈은 당시 강호를 격파하고 각각 8강과 16강에 진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상대적으로 약체로 평가받는 홈팀 남아공은 이번 개막전에서 역대 개최국 첫 경기 무패(14승5무)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아스텍의 후손' 멕시코가 개막전에 유독 약한 사실도 남아공에는 호재다.

1970년 멕시코 대회 이후 40년 만에 월드컵 개막전을 벌이는 멕시코는 18차례 치러진 대회에서 가장 많은 4번이나 개막전에 출전했으나 1무3패로 밀렸다.

반면 '전차군단' 독일은 서독 시절 포함 멕시코와 같이 4차례 개막전을 치렀고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코스타리카를 4-2로 꺾는 등 2승2무로 괜찮은 성적을 남겼다.

브라질도 2승1무를 거두고 개막전부터 삼바리듬을 탔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 개막전 못지않게 전 세계 축구팬의 시선을 붙잡을 조별 예선 첫 경기는 13일 새벽 3시30분 루스텐버그 로열 바포겡에서 벌어질 C조 예선 잉글랜드와 미국의 일전이다.

1950년 브라질 월드컵 예선에서 미국이 잉글랜드를 1-0으로 격파한 뒤 60년 만에 열리는 리턴매치다.

당시 최강으로 군림했던 잉글랜드는 2차 세계대전 후 23승3무4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올리며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반면 미국은 1934년 이탈리아 월드컵과 1948년 런던올림픽 등 국제경기 7경기에서 무려 45골을 내주고 단 2골만 얻었던 약팀 중의 약팀. 월드컵 우승 확률도 잉글랜드가 ⅓이었다면 미국은 1/500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예상을 뒤엎고 승리했고 축구계에서는 이 사건을 '잔디 위 기적'으로 불렀다.

잉글랜드는 조별 예선에서 1승2패로 뒤져 결승 라운드에 오르지도 못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 중인 호화 멤버를 앞세워 60년 만에 설욕을 다짐한 잉글랜드가 미국을 제압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연합뉴스)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