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월드컵] 박주영ㆍ기성용 세트피스 '한방' 보여줘
한국 나이지리아 아르헨티나 그리스가 포함된 남아공월드컵 B조에서 16강에 진출할 두 팀은 어디일까. 아르헨티나가 객관적인 전력상 16강 진출 1순위 팀으로 꼽힌다. 한국은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한방'이 높이와 개인기를 겸비한 그리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등 조별리그 상대들을 무너뜨리는 데 유효한 무기가 될 수 있다. 허정무 감독은 남아공월드컵에서 또 한번의 신화를 만들겠다며 전담 키커로 기성용 박주영 염기훈 등을 내정하고 '유쾌한 도전'에 나섰다.

◆아르헨티나

역대 월드컵에서 두 차례(1978 · 1986년) 정상을 밟았던 아르헨티나는 이번 대회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아르헨티나 대표팀만큼 선수 구성이 화려한 팀도 많지 않다. 리오넬 메시를 비롯해 곤살로 이과인,카를로스 테베스,디에고 밀리토,세르히오 아게로 등 유럽 빅리그를 호령하는 스타들이 즐비하다. 특히 FC 바르셀로나를 프리메라리가 우승으로 이끈 메시는 한국팀에 최고의 위협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아르헨티나의 걱정은 마라도나 감독의 들쭉날쭉한 팀 운영 능력이다. 마라도나는 선수로서는 뛰어났지만 지도자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는 평가다. 실제 아르헨티나는 남아공월드컵 남미예선에서 탈락 위기까지 처했다가 겨우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마라도나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100명이 넘는 선수들을 검증했지만 팀 전력이 늘 불안정했다. '전술이 없다'는 혹평도 종종 들었을 정도다.

수비 조직력도 불안 요소이다. 포백 수비는 좌 · 우 풀백에 가브리엘 에인세와 니콜라스 오타멘디,중앙수비에 월터 사무엘과 마르틴 데미첼리스가 주전으로 자리잡았지만 아직 완성도는 떨어진다.

◆그리스

전반적으로 체격이 좋다. 특히 수비진에 장신 선수가 많다. 2004년 유럽선수권대회(유로2004) 챔피언인 그리스는 '질식수비'로 유명하다. 스리백으로 수비벽을 두텁게 쌓고 나서 빠른 역습으로 상대를 무너뜨리지만 반드시 꺾어야 할 팀을 상대할 때는 공격적인 포백 수비 진영을 가동한다.

그리스는 최근 열린 북한 파라과이 등과의 친선 경기에서 포백을 가동했다. 이는 한국과 본선 첫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전망된다. 소티리오 키르키아코스(193㎝),게오르기오스 세이타리디스(185㎝) 등 수비수들의 키가 장대다. 수비진의 제공권 장악은 확실하다.

공격력 향상이 과제인 그리스는 역습과 세트피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그나마 세트피스에서 장신 수비수들이 힘을 보태면서 성적을 내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최근 '득점 기계'라며 집중 조명한 그리스의 스트라이커 테오파니스 게카스를 가장 조심해야 한다. FIFA는 월드컵 유럽예선에서 10골을 넣은 게카스가 웨인 루니(잉글랜드),미로슬라프 클로제(독일),다비드 비야(스페인) 등과 같은 반열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장신 수비수들은 그리스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이들은 민첩성이나 스피드가 떨어져 발빠른 상대팀 공격수들에게 쉽게 득점 기회를 내줬다. 짧고 빠른 패스 연결로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다면 골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나이지리아

16강 진출 여부를 가를 조별리그 3차전 상대 나이지리아는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출중한 아프리카 전통의 강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에서 뛰는 미드필더 존 오비 미켈 등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많다. 이들 선수는 아프리카 축구 특유의 유연성에 '유럽의 체격'과 '남미의 개인기'를 두루 겸비해 껄끄러운 상대다.

나이지리아의 월드컵 본선 준비는 다소 엉성한 모습이다. 지난 1월 앙골라에서 열린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3위를 차지하자 나이지리아축구협회는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세이부 아모두 감독을 경질하고,지난 2월 스웨덴 출신 라르스 라예르베크 감독을 선임했다.

라예르베크 감독은 지난달 44명의 예비명단을 발표하면서 영국 예비캠프에서 선수들과 상견례를 가지려고 했으나 소속 구단의 반대로 무산되는 등 협회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결국 라예르베크 감독은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자료 영상으로만 보고 30명의 예비 엔트리를 뽑았을 정도다.

나이지리아로서는 선수들의 빼어난 기량을 조직력으로 극대화하는 것이 급선무인데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다는 평가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