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경가법 배임 15.6%…형법상 배임 8.3%
"법규 확대해석" vs "대형로펌 선임 탓"


기업인 등이 임무를 다하지 않아 재산상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배임사건의 무죄율이 전체 형사사건의 평균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손해액 5억원 이상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사건은 선고자 379명 중 무죄가 59명으로 1심 무죄율이 무려 15.6%에 달했다.

또 손해액 5억원 미만인 형법상 배임사건은 1심 선고자 1천492명 중 124명이 무죄 선고를 받아 8.3%의 무죄율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형사사건의 1심 평균 무죄율인 2.2%의 7.1배와 3.8배에 해당한다.

작년 1심 형사사건 선고자 28만1천495명 중 6천240명이 무죄 선고를 받았다.

1심 무죄율은 특경가법상 배임이 2005년 6.1%, 2006년, 11.1%, 2007년 10.0%, 2008년 19.4%, 형법상 배임은 2005년 3.6%, 2006년 4.0%, 2007년 6.0%, 2008년 7.0%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에 반해 전체 형사사건은 2005년 1.0%, 2006년 1.1%, 2007년 1.3%, 2008년 1.5%에 그쳤다.

배임사건 무죄율이 이처럼 높은 것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규정된 배임죄 구성요건이 포괄적이고 까다로운 사실판단을 필요로 하지만, 기업 등이 손해를 입어도 경영상 판단의 실패가 아닌 위법행위에 의한 것임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법무법인(로펌)의 한 변호사는 "배임죄가 포괄적이다 보니,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나 정연주 전 KBS 사장 사건처럼 검찰이 법규를 무리하게 확대해석해 적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현 회장은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피인수회사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차입한 것(차입매수)과 관련해 배임 혐의로 기소됐으나, 1,2,3심 재판부 모두 이를 통상적인 M&A 기법으로 봐 무죄를 선고했다.

정 전 사장은 국세청 상대 법인세 소송에서 끝까지 회사 이익을 방어하지 않고 법원의 조정안을 받아들인 것이 배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그러나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특경가법상 배임사건 피고인의 상당수가 대기업 임원이나 재벌 총수로 영향력이 큰 대형로펌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는 것도 무죄율을 높이는 원인 중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