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임용 탈락 시간강사, 채용 비리 유서 남겨

교수 임용에서 탈락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대학 시간강사가 교수 채용 비리 등을 폭로하는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겨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5일 자신의 집에서 연탄을 피워 놓고 목숨을 끊은 광주 조선대학교 시간강사 서모(45)씨는 교수 채용 과정에서 수억원의 돈이 오가고 있고, 논문 대필도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5장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서씨는 '이명박 대통령님께'라고 쓴 유서에서 "교수 한 마리(한 자리)가 1억5천, 3억이라는군요.

저는 두번 제의를 받았습니다.

대략 2년 전 전남의 한 사립대학에서 6천만원, 두달 전 경기도의 한 사립대학에서 1억을 요구받았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서씨가 유서에서 언급한 경기도의 사립대학 측은 "채용공고를 내지도 않았고 서씨가 응시한 적도 없다.

터무니없는 주장이다"고 반박했다.

서씨는 또 유서에서 "학교 측에서 (나를) 내쫓으려 한다.

(중략) 저는 스트레스성 자살입니다.

(중략) 시간강사를 그대로 두면 안 된다.

한국사회를 그대로 두면 썩는다.

수사를 의뢰한다"고 적었다.

서씨는 "제자들을 이용하기만 한다"며 지도교수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고 "교수님과 함께 쓴 논문이 대략 25편, 교수님 제자를 위해 박사논문 1편, 한국학술진흥재단 논문 1편, 석사논문 4편, 학술진흥재단 발표논문 4편을 썼다"며 논문 대필 사실도 폭로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같이 쓴 논문 대략 54편 모두 제가 쓴 논문으로 교수는 이름만 들어갔으며 세상에 알려 법정투쟁을 부탁드린다"며 청와대, 국가인원위원회 등에 탄원서를 제출해달라고 가족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동료 강사는 "서씨가 극한 상황에서 유서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을 남긴 것 같다"며 "교수가 지도하고 자신이 논문을 직접 쓰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고 논문에 지도교수 이름을 올리는 것은 일부 관행처럼 벌어지고 있으며 서로 사전에 합의를 거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씨는 서울의 사립대학에서 학부를 마친 뒤 조선대에서 영어영문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00년부터 이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해 왔다.

한편,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조선대분회는 성명서를 내고 "대학사회의 야만적 행동에 짓눌린 고인의 고통과 슬픔을 나누지 못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다"며 "고인이 제기한 문제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수사의뢰 등은) 유족과 상의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유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서씨의 폭로 내용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 착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또한 조선대도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고 논문 대필 등 유서에 폭로된 내용에 대한 진상 조사에 나섰다.

(광주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cbebo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