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대출·예금 '개점휴업'

부동산시장 부진 등으로 은행권 가계대출의 분기 증가액이 처음으로 1조 원을 밑돌았다.

또 이처럼 대출 수요 급감으로 돈을 유치해도 굴릴 데가 마땅치 않자, 시중은행들이 예금 유치에도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대출과 예금시장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가계대출 증가액 '역대 최저'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3월 말 현재 410조2천41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7천370억 원 증가했다.

분기 중 가계대출 증가액이 1조원에 못 미친 것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8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2006년 2분기와 4분기에 각각 12조원과 14조원을 넘었던 가계대출 증가액은 작년 2분기 8조2천40억 원에서 3분기 4조7천90억 원, 4분기 4조4천730억 원 등으로 축소되는 모습이었다.

가계 대출 증가폭이 둔화된 것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와 부동산 시장 수요 감소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이 둔화됐다"며 "아파트 분양에 따른 중도금 대출이나 잔금 대출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상환이 이뤄지지만 신규 대출 수요는 많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예금 받아봐야 굴릴 데 없다'…예금도 개점휴업
이처럼 대출 수요가 뚝 떨어지면서 시중은행들의 예금 유치 경쟁도 시들하다.

가계나 기업 등의 대출 수요가 별로 없다 보니 예금을 유치해도 운용할 곳이 마땅치 않아 자칫 역마진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올해 새로운 예금 상품을 내놓기 보다는 주가연계예금(ELD) 상품만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다.

올해 국민은행의 ELD 판매 실적은 20일까지 1만2천677계좌, 2천347억 원을 기록했다.

우리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특판예금 상품이나 별도의 상품을 출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산업은행도 최근 특판예금 판매를 통해 2조 원의 예금을 흡수한 이후로 신규 예금 유치 계획을 세워놓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예금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도 운용할 곳이 마땅치 않다"며 "원화 유동성은 충분하기 때문에 특별히 예금 쪽으로 신규 유치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정기 예금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0.2~0.4%포인트 가량 올랐다.

영업점장 전결 금리 기준으로 국민은행의 국민수퍼정기예금 금리(1년 만기)는 2월 중순 연 4.3%에서 4월 말 3.2%로 떨어졌다 24일 기준 3.55%로 소폭 높아졌다.

신한은행의 1년 만기 민트정기예금 금리도 4월 말 3.2%까지 하락했다 최근 3.6%로 소폭 올라갔다.

하나은행의 369 정기예금 금리(1년 만기)는 4월 중순 3.1%에서 이달 중순 3.3%로 높아졌다.

우리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도 24일 현재 3.4%로 4월 중순보다 0.3%포인트 올라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기예금 금리는 시장금리 등을 반영해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3%대 중반에 불과하다"며 "어차피 가계든 기업이든 대출 수요가 없어 자금을 굴릴 곳이 없기 때문에 예금만 유치해봐야 역마진만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최현석 기자 indigo@yna.co.kr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