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의 `양박쌍용'으로 불리는 해외파의 주축 4인방 가운데 `양박'의 활약은 빛났지만 `쌍용'은 다소 주춤했다.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박주영(25.AS모나코), 이청용(22.볼턴), 기성용(21.셀틱)은 24일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일본과 평가전에서 손발을 맞추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위협적 장면은 그려내지 못했다.

◇`양박' 폭발력 재검증 = 박주영이 빠진 전반에는 박지성, 이청용, 기성용의 호흡보다는 주장 박지성의 개인기와 카리스마가 두드러졌다.

박지성과 이청용은 4-4-2 포메이션의 좌우 날개, 기성용은 중앙 미드필더로 나서 최전방 투톱으로 나선 염기훈(수원)과 이근호(이와타)에게 변함없이 화력 지원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박지성은 염기훈과 이근호가 전방 조합으로 힘을 채 써보기도 전에 미리 해결사로 나섰다.

그는 전반 6분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흘러나온 볼을 가로채 수비진을 스피드로 제치고 페널티지역까지 질주해 오른발 강슛으로 왼쪽 골네트를 갈랐다.

소속팀에서 맨유에서는 스타들 사이에서 궂은 일을 도맡는 박지성이었지만 기회가 있을 때는 결코 용서가 없는 `빅리거'였다.

가장 두려워했던 상대에게 한방을 얻어맞은 일본은 기가 죽은 듯 전반 내내 뚜렷한 공격 찬스조차 만들어내지 못했다.

박지성은 득점 상황과 비슷한 드리블을 수차례 시도해 페널티지역 외곽에서 반칙을 유도하면서 프리킥 기회도 만들었다.

수비에서는 미드필드에서부터 강한 몸싸움과 끈질긴 추격으로 압박을 직접 선보이며 동료의 허슬플레이를 정신적으로 격려했다.

박주영은 후반 추가시간에 적극적인 문전 쇄도로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이를 스스로 쐐기골로 마무리하면서 건재를 과시했다.

결국 양박의 발끝에서 화끈한 결승골과 쐐기골이 터져 나와 대표팀은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사기에 큰 힘을 얻을 수 있게 됐다.

◇ 4인방 촐출동 때 파괴력은 아직 =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후반 들어 염기훈과 이근호를 빼고 박주영을 최전방 원톱으로 세워 `양박쌍용'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박주영의 좌우에 박지성과 이청용이 포진했고 기성용이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박주영의 뒤를 받치면서 다이아몬드형 4-2-3-1 전형 내에 다이아몬드형 공격진이 형성됐다.

이들이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도록 중앙 미드필드에는 `진공청소기' 김남일(톰 톰스크)이 추가로 배치돼 `마당쇠' 김정우(상무)와 쌍으로 수비형 미드필더를 봤다.

미드필드를 두텁게 하면서 미드필드 플레이가 정교한 일본을 한층 더 옥죄면서 승리를 굳히겠다는 계산은 적중했다.

이청용과 기성용, 박지성은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 상대의 수준급 미드필더들을 압박했고 그 결과는 일본의 공격력은 무뎌졌다.

하지만 4인방이 모두 나섰을 때 공격에서 파괴력은 아쉬움을 남겼다.

박주영을 최전방에 세우고 역습에 치중하는 전형인 듯 25분이 지나도록 슈팅은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양박쌍용'은 후반 31분 박지성과 기성용이 각각 이승렬(서울), 김보경(오이타)과 교체되면서 해체될 때까지 슈팅을 1개 만들어내는 데 그쳐 공격에서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벨라루스, 스페인과 두 차례 평가전을 남겨둔 가운데 이들 공격진의 파괴력을 높이는 것도 과제 가운데 하나로 남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청용은 전반에 경고를 받을 수 있는 거친 태클을 3차례나 시도해 자칫 본선에서 레드카드를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자아냈다.

세 번째 태클에야 옐로카드를 받았지만 심판에 따라 판정이 엄격할 수도 있는 만큼 더 노련하고 위험 부담이 적은 수비법을 찾아야 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