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ㆍ가격ㆍ브랜드…하나만 부족해도 청약 안해"
분양시장이 침체됐다지만 1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되는 단지들이 늘고 있다. 공통점은 입지 · 브랜드 · 저렴한 분양가 등 3박자를 고루 갖췄다는 것이다. 반면 하나라도 부족한 단지들은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수요자들이 부동산 시장 침체에도 투자메리트가 있는 아파트를 찾기 위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분양시장의 양극화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3박자 갖춘 단지에 몰리는 투자자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분양시장 침체 속에서 일부 아파트 단지는 높은 경쟁률을 나타내며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이달 초 청약 첫날 경쟁률이 10 대 1을 훌쩍 넘은 대림산업의 광교e편한세상,지난 12일 4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에서 마감한 서울 송파구 신천동 대우건설의 잠실푸르지오월드마크(오피스텔),한화건설의 별내꿈에그린 등이다.

이들 단지는 입지가 좋은데다 미분양을 우려한 건설사가 분양가를 낮게 책정하면서 투자자들이 몰렸다. 잠실푸르지오월드마크의 경우 잠실이라는 입지와 대우라는 브랜드에 3.3㎡당 평균 1200만원의 낮은 분양가가 적중했다.

광교e편한세상도 '판교 이후 수도권 최고 입지'라는 광교와 대림산업 브랜드가 합쳐진 결과로 분석된다. 분양가는 3.3㎡당 평균 1390만원으로 작년에 분양한 삼성래미안(1383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단지는 에너지비용을 기존 아파트보다 50% 낮춘 점을 적극 알리면서 청약몰이에 나서기도 했다.

◆하나만 모자라도 바로 '아웃'


"입지ㆍ가격ㆍ브랜드…하나만 부족해도 청약 안해"
투자자들은 청약 때 꼼꼼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청약 1순위에 조기 마감한 한화 별내꿈에그린과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신안인스빌이 대표적인 사례다. 같은 택지지구에 아파트도 모두 전용면적 84㎡로 비슷하게 꾸미고 분양가도 한화 별내보다 3.3㎡당 10만원 정도 낮췄지만 브랜드에서 밀렸다.

부천시 소사동의 대우건설과 KCC건설의 아파트는 분양가가 발목을 잡은 경우다. 부천의 중심지에 전철역도 바로 앞에 있고 브랜드도 널리 알려졌지만 분양가가 3.3㎡당 1300만원가량에 달했다. 이 지역 수요자들은 이 두 단지 대신 3.3㎡당 890만원의 분양가를 책정한 인근 부천 옥길 보금자리주택지구로 발길을 돌렸다.

◆집값 하락기에 까다로운 소비자들

소비자들이 묻지마 청약을 자제하는 것은 집값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보금자리주택,민간분양 등 공급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비교할 상품이 많아져 조금이라도 흠이 있으면 기다릴 여유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최은영 메리츠종금증권 부동산금융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집값 상승기엔 분양가가 다소 비싸더라도 일단 사서 보유하면 차익을 기대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그렇게 될 가능성이 낮아졌다"며 "이런 시장 상황이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올리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주변 시세와 비교, 부도 위험이 상대적으로 덜한 유명 건설사의 아파트를 고르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