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 포르투갈 등이 예상보다 훨씬 강도 높은 긴축재정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금융시장이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있다. 그러나 야당과 노조의 반대도 만만치 않아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의 긴축안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 우려의 시각도 많다.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12일(현지시간) 올해와 내년에 걸쳐 총 150억유로를 추가적으로 줄이는 긴축예산안을 새로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스페인은 공공부문 임금을 올해 5% 삭감하고 내년엔 동결할 예정이다. 공공부문에서 올해 1만3000명 감원 계획도 세웠다. 사파테로 총리는 "이 긴축안이 시행되면 올해 재정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9.3%,내년에는 6.5%로 각각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주제 소크라테스 포르투갈 총리도 오는 18일 올해 재정적자 규모를 당초 8.3%에서 7.0%까지 낮추는 혹독한 긴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긴축안에는 의회와 공공부문 관리자들의 임금을 각각 5% 삭감하고 소위 '위기세'(crisis tax)를 신설해 재정을 보전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포르투갈은 전날 4.5%대의 금리로 10억유로 규모의 10년물 국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올리 렌 EU 경제 · 통화담당 집행위원은 "두 나라 모두 올바른 방향으로 예산안을 짜고 있다"며 "18일 열리는 EU 경제장관회담에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의 예산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과 노조 그리고 지방정부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스페인 공공노조는 이날 "정부는 그동안 임금은 삭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며 "이번 조치로 사회당 정부와의 관계가 완전히 단절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학자인 이스마엘 산즈는 "야당 소속인 스페인 지방정부들이 실질적으로 긴축안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페인 지방정부는 공공지출의 60%를 쓰고 있다.

포르투갈의 노조 지도자들도 긴축안이 발표되는 18일 반대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리스의 양대 노총인 공공노조연맹(ADEDY)과 노동자총연맹(GSEE)도 정부의 긴축재정안에 반발해 20일 올 들어 네 번째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야니스 파나고폴루스 GSEE 위원장은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처방전은 재앙인 만큼 정부는 이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스의 긴축안에는 △세금 인상 △공무원 급여 삭감 △연금 삭감 등이 포함돼 있다.

김태완/김동욱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