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시장 모두 구속.자살..주민 자괴감 팽배
이번 선거서 오명 벗을까?.."글쎄요"

"양산시 꼬락서니가 말도 아니지요."

11일 오후 경남 양산시 북부동 재래시장에서 만난 한 식당 주인 김모(58)씨는 지방선거 이야기를 꺼내자 "고마 할말 없습니데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한때 유력정당 후보 선거운동까지 열심히 뛰었던 그가 이렇게 선거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바로 역대 민선 양산시가 남긴 치욕적인 기록 때문이었다.

1995년 초대 민선시장에 당선됐던 손유섭(72)씨는 재임 중 폐기물사업 허가와 관련해 편의를 제공하고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이어 2대 민선시장에 당선된 안종길(65)씨는 재임에 성공했지만 2002년 건설업자로부터 아파트 사용검사 승인을 내주는 조건으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가법상 뇌물수수)로 시장직을 잃었다.

안씨는 징역 5년의 실형과 추징금 1억7천여만원을 선고받았다.

4~5대 오근섭 시장은 지난해 11월 선거과정에서 진 빚 60억원을 갚기 위해 부동산개발업자로부터 24억원의 뇌물을 받았다가 검찰 소환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역대 민선 양산시장들이 남긴 성적표는 이렇듯 초라하고 처참했다.

이 시장에서 만난 또다른 상인 박모(63)씨는 "솔직히 역대 시장들이 양산을 망쳐 놓았다.

이제 더이상 이런 시장들이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된다.

"라면서 허탈한 표정으로 담배 한개비를 피워 물었다.

이번 지방선거 공천에서 탈락한 한 인사는 "지역 시의원 선거에서는 5억원 이상, 시장 선거에서는 0을 하나 더 붙여 50억원 이상을 부어야 당선권에 접어든다.

"라고 말했다.

돈이 없으면 공천도 선거도 아무것도 못하도록 이미 시스템화 돼 있는 것이 우리나라 선거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공천부터 돈으로 시작된 선거가 돈 때문에 종말을 고할 수 밖에 없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오 전 시장의 죽음이며 선거에 대한 비애감마저 느낀다.

"라며 현행 정당 공천제 및 돈선거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유력정당의 공천을 받은 한 예비후보측 관계자는 "죽느냐 사느냐가 달린 전쟁같은 선거판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이른바 '총알'이라 불리는 선거자금을 쏟아 붓지 않을 후보가 어디 있겠느냐."라며 돈선거의 불가피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총알 떨어지면 사람이고 조직이고 모두 끊기는 것이 이 바닥 생리."라며 "과연 법정 선거비용만 쓰는 후보들이 몇이나 있겠느냐."라고 되물었다.

본격적인 후보 등록과 선거운동 시작이 코앞인 상황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감시, 단속하는 양산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은 더욱 속이 타는 분위기다.

양산시선관위 오세율 사무국장은 "우리 양산은 이미 돈선거 전과자."라며 "다시는 돈선거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30명의 공식적인 선거부정감시단을 비롯해 여타 조직을 총 가동하고 있다.

"고 말했다.

선관위는 최근 선거구민들에게 음식물을 제공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양산시의원 선거 예비후보자 A씨 등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또 식당에서 음식물을 제공받은 유권자들에게 대해 사안에 따라 30~50배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하는 등 불법 선거운동 단속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 국장은 "양산은 경남과 부산, 울산의 모든 기관이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는데다 전체 인구의 85%가 외지 유입인구여서 구심점이 없다.

"며 지역적인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산은 서로 다른 외지에서 모인 사람들이 많은 만큼 씨족들이 모여 사는 곳처럼 선거에서 돈을 주고받아도 소문이 나지 않는 문제점을 걸러낼 수 있는 투명성도 동시에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의 양산지역 분위기를 반영하듯 시내 곳곳에 내걸린 유력정당의 예비후보들을 비롯해 야권 단일화 후보들의 선거사무소 외벽 대형 걸개에는 한결같이 깨끗한 일꾼이 되겠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6.2 지방선거를 앞둔 양산시청 본관 건물 외벽에도 `돈선거 없는 깨끗한 선거문화 양산시민이 만듭니다.

'라는 빛바랜 초대형 걸개가 봄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시청 민원실을 나서던 시민 황모(53)씨는 "깨끗한 선거가 헛구호가 되지 않도록 후보자들은 물론 유권자들부터 선거에 임하는 자세를 바꾸는 의식 전환이 절실하지만..글쎄요.

잘 될까요.

"라며 씁쓸한 표정으로 지었다.

(양산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choi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