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튈지 알수없다"…자산시장 '럭비공' 가능성도

지난 4일 마감한 삼성생명 일반공모 청약에 사상 최대 규모인 20조원에 육박하는 증거금이 쏠리면서 이들 유동성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반에 배정된 공모물량은 약 889만주로, 금액으로는 9천776억원어치(공모가 11만원)다.

약 1조원을 제외한 나머지 19조원은 오는 7일 고객들의 증권 계좌로 환급된다.

통상 공모주 투자자금은 공모시장을 맴도는 경우가 많지만, 삼성생명 청약은 워낙 다양한 성격의 시중자금을 끌어모았기에 환급금이 어떤 상품에 몰릴지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더구나 은행, 채권, 부동산 등을 통틀어 마땅히 매력있는 자산이 없는 상황이기에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설명이다.

대출을 일으킨 청약자금이 아니라면 주가연계증권(ELS)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단기 기업어음(CP), 증권 자산관리계좌(CMA) 등 단기상품에 머물며 게릴라성으로 투자처를 물색할 수 있다.

일부 자금은 5월 공모주 시장을 떠돌면서 공모 열풍을 이어갈 가능성이 유력하다.

청약자금 성격 제각각…공모시장 범위 '훌쩍'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 일반청약에는 기존 공모시장 범위를 크게 뛰어넘는 각종 부동자금이 일시에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통상 공모시장에는 일정 규모의 자금이 옮겨다니기 마련이다.

공모시장이 달아올랐던 1월에는 청약마다 1조~ 2조원대 자금이 몰렸다.

인포바인(791대 1), 지역난방공사(127대 1) 등 코스닥과 코스피 종목을 불문하고 세자릿수 경쟁률이 기본이었다.

이들 자금은 매번 청약마다 증거금의 99% 이상이 환급되면서 다음 공모청약을 노렸다.

공모자금은 기본적으로 '안정성이 있으면서 시중금리보다 조금 높은 수익'을 노리기에 증시로 쉽게 유입되지는 않는다.

우리투자증권 조광재 IPO2팀장은 "어림잡아 대한생명 일반공모에 몰린 4조2천199억원을 기준으로 4조~5조원대를 현재 공모청약 투자자금의 최대치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생명 청약 열풍은 이런 공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옛 국민주 열풍을 방불케 할 정도로 각종 여윳돈이 모두 쏟아져 나왔다는 분석이다.

삼성생명 공모를 앞두고 MMF나 CMA 잔액도 소폭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CMA 잔액은 지난달 28일 최고치인 42조4천43억원을 기록하고 같은달 말 41조3천227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MMF는 지난달 23일 85조1천억원을 고점으로 계속 줄었고 30일에는 2조4천488억원이 이탈했다.

단기유동성이 추세적으로 증가했던 점을 감안하면 삼성생명 청약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상당수 투자자는 레버리지(차입투자)를 일으켜 청약에 나섰다.

심지어 전망이 불투명한 부동산자산을 처분해 공모에 나선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정상적인 공모 투자자금을 넘어서는 15조원 안팎의 자금은 다른 투자처에서 이동한 자금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신한금융투자 현종원 광교지점장은 "상당수 고객은 애초 최대한 공모물량을 받아내기 위해 대출까지 고려했다"면서 "다만 뜻밖에 경쟁률이 높아지다 보니 금융비용 등을 고려해 다른 단기상품에 있는 여윳돈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5월 공모株 '1차 타깃'…증시주변 잔류 가능성
삼성생명 청약에 유입된 자금들은 환급일(7일) 이후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기본적으로 대출을 일으킨 자금은 대부분 상환될 전망이다.

10%에 육박하는 신용금리 이상으로 수익률을 올릴 투자처가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다른 투자처로 유입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공모에 비이상적으로 많은 자금이 몰린 것을 감안하면 그밖에 단기성 자금들도 본래 투자처로 회귀할 수 있다.

주목할 부분은 이런 유입분을 감안하더라도 적지 않은 자금이 증시 주변에 머물 수 있다는 점이다.

큰 틀에서 부동자금이 은행 특판예금과 채권을 거쳐 기업공개(IPO) 시장으로 유입되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시중자금을 증시로 끌어들이는 촉매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청약 환급금의 상당 부분은 본래 투자처로 되돌아가겠지만 그중 일부는 증시에 남아있을 것"이라며 "이들 자금이 어떤 투자처를 선택할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당장은 5월에 줄줄이 예정된 공모주 시장이 유력한 대상으로 꼽힌다.

기업들도 삼성생명 청약 및 자금환급 일정을 고려해 공모일정에 신경을 쓴 모습이다.

10~ 11일에는 신한 제1호스팩이, 11~ 12일에는 만도가 5천억원 규모로 청약에 나선다.

이후에도 모바일리더(13~ 14일), 인피니트헬스케어(17~ 18일), 환영철강공업ㆍ투비소프트(24~ 25일), 실리콘웍스(26~ 27일), 솔라시아(28~ 31일) 등이 줄줄이 청약을 진행한다.

시기적으로 모두 삼성생명 환급금을 '물꼬'로 해서 릴레이 청약이 가능하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자금 특성상 공모주 자금은 일반적으로 직접투자에 나서지 않지만 같은 공모주 청약시장에는 (삼성생명 환급자금이) 충분히 남아있을 수 있다"고 봤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