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강간치상죄 적용범위 확장 판결

범인이 모텔 방안에 없어 직접적인 성폭행 위협을 받지 않은 상태였다 하더라도 피해자가 탈출하다 상해를 입었다면 강간치상죄가 성립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강간과 치상의 인과관계에 따라 강간치상이나 강간치사죄 적용 범위를 넓힌 기존 대법원 판결보다 그 범위를 확장한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광주지법 형사 2부(조의연 부장판사)는 2일 함께 술을 마시던 여성을 성폭행하려 해 이 여성이 탈출하다 다치게 한 혐의(강간치상 등)로 기소된 김모(37)씨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는 여성을 모텔로 끌고 가 성폭행하려 했고 객실 밖으로 나가려는 것을 막기도 해 성폭행의 위협을 느끼게 했다"며 "이 모텔이 종업원이나 다른 투숙객에게 구조 요청이 어려운 속칭 무인텔이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다 다친 것은 김씨의 행위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1995년 피고인이 객실 이용시간을 연장하려고 전화를 하는 순간 성폭행을 피하려고 객실에서 뛰어내린 여성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직접적인 성폭행 위협이 없는 순간이었더라도 성폭행 시도와 인과관계를 인정해 강간치사죄를 적용했다.

광주지법 양영희 공보판사는 "이번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방 안에 없었는데도 강간치상죄를 적용한 점에서 강간치상죄 적용범위를 더 넓힌 것"이라며 "강간치상죄가 아니라 형량이 훨씬 가벼운 강간미수와 감금치상죄를 적용했을 경우 김씨가 합의만 했다면 감금치상죄로 집행유예를 받고 석방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해 8월 27일 새벽 함께 술을 마시던 A(27.여)씨를 집까지 데려다 준다며 차에 태워 전남 화순군의 한 무인텔로 강제로 끌고 가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김씨가 1층 주차장에 가 있는 사이 2층 객실에서 뛰어내려 전치 16주의 상처를 입었다.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sangwon7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