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日전철 우려…실질금리 3분기째 0%대

시중자금이 구조적으로 부동화하고 있다.

예금 실질금리가 3분기 연속 0%대에 머무르는 등 지속적인 저금리가 원인이다.

여기에 채권·부동산 등도 투자 매력을 잃으면서 자금을 흡수할 투자처가 일제히 사라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자금이 단기 투자상품에만 머무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 1990년대 일본과 같은 장기 부동화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표적 단기자금 운용처인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잔액은 지난달 29일 현재 83조699억원으로 올해 들어 약 11조4천억원이 증가했다.

추세적으로도 작년 하반기부터 70조~ 80조원 대를 유지하고 있다.

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은 작년말 38조2천337억원에서 지난달 29일 42조1천945억원으로 약 4조원 늘었다.

CMA 잔액이 42조원을 웃돈 것은 처음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수시입출금식 예금과 6개월 미만 정기예금, MMF 등으로 추산한 단기 부동자금이 지난해 9월말 604조원을 웃돌면서 현재까지 600조원대를 유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단기부동화에서 '단기'라는 용어를 빼야 할 상황"이라며 "지금처럼 MMF가 빠르게 증가하는 흐름에서는 일본처럼 부동화가 고착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투자신탁협회 자료를 보면 일본 MMF는 1992년 5월말 1조5천137억엔에 불과했지만 1993년 10월 10조엔을 넘어서면서 줄곧 10조~15조엔대를 지켰다.

1999~2000년에는 수개월 21조엔을 웃돌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흐름이다.

2004년 1월말 50조원을 밑돌았던 MMF는 2004년말 59조8천억, 2005년말 64조8천억원으로 늘었다.

2006~2007년 증가세가 둔화했지만 2008년부터 다시 증가하면서 지난해 100조원을 웃돌기도 했다.

예금, 채권, 부동산, 주식 등 어느 것 하나 뚜렷한 투자매력이 없다는 점에서 부동화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ㆍ통계청에 따르면 신규취급분 예금 실질금리(세후 명목금리- 물가상승률)는 작년 2분기 -0.4%에서 3분기와 4분기 모두 0.6%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올 1분기에는 0.3%로 반토막났다.

운용처가 마땅치 않은 은행들이 금리를 내리면서 지난달에는 특판예금 금리가 처음으로 2%대로 추락했다.

출구전략 지연으로 시중금리가 급락하면서 재미를 봤던 채권시장도 이제 '끝물'이라는 평가다.

대내외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압력이 커지고 있어 더는 금리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의 각종 규제책으로 부동산시장도 매수세가 사실상 끊겼다.

주식투자 관련 자금도 증시 주변을 맴돌고 있을 뿐 본격적으로 자본시장으로 유입되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이번달 '초대형' 삼성생명 공모청약과 상장을 계기로 일부 유동성이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에 시장은 기대를 걸고 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자금순환 사이클 측면에서 삼성생명 상장이 계기가 돼 일부 부동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물꼬가 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곽세연 이준서 권혜진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