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 취득도 불투명..미국 등지로 발길 돌려

호주 유학생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인들이 유학비용이 너무 비싸다며 미국 등 다른 나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학생들은 호주의 생활비가 너무 비싼 것은 물론 잦은 이민법 개정으로 영주권 취득이 불투명해지자 아예 미국이나 영국으로 유학지를 바뀌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어 호주 교육산업의 심각한 훼손이 우려되고 있다고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이 30일 전했다.

유학대행사들 사이에서는 이런 여파로 조만간 각 대학과 요리, 미용 등 단순기술직 교습 사설직업학교 등록 유학생 수가 절반이하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베이징 소재 호주유학대행사 차이나스타의 토머스 왕은 "호주 유학시장이 혼돈 상태에 빠진 것만큼은 틀림없다"며 "호주 교육기관들이 이런 사정을 알고는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주 교육기관들은 중국 학생들의 호주 유학이 이전보다 최고 30%는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며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최대 50%는 급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중국 학생들의 호주 유학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바로 호주의 월세 등 생활비가 너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데다 호주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
중국의 유학대행사들은 호주 유학경비가 최근 2년사이 2배나 훌쩍 뛰었다면서 이로 인해 유학생들이 미국이나 영국, 캐나다 등지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미국 대학들은 재정난 타개를 위해 유학생들에게 문호를 활짝 개방해 두고 있으며 미국 정부도 이에 맞춰 학생비자 발급을 신속히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호주 정부가 이민법을 바꾸면서 요리, 미용 등 단순기술직을 인력부족직업군에서 삭제하기로 해 이들 과정을 이수중인 유학생들이 영주권 취득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점도 호주 유학 기피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호주에는 모두 16만5천여명의 중국 출신 유학생들이 학업을 이수 중이며 이는 전체 호주 유학생의 27%를 차지하는 규모다.

중국 출신 호주 유학생은 지난 2월말 현재 전년동기대비 6.0%의 증가세를 나타냈으나 이는 과거 연평균 20%대의 높은 증가세를 보인 것에 비하면 무척 낮은 수준이다.

호주 교육계는 지난해 멜버른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인도 유학생 대상 연쇄집단폭행으로 인도 출신 유학생들이 급감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 출신 유학생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자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호주 정부의 유학생 유치 전담부서인 오스트레일리아 에듀케이션 인터내셔널(AEI)은 "올해 중국 출신 호주 유학생 수가 20%정도 줄었으며 내년에도 이런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호주 유학시장 규모는 180억호주달러(19조8천억원상당)로 호주 제2의 수출품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시드니연합뉴스) 이경욱 특파원 kyung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