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량 뚝, 낮은 낮기온, 눈.비 잦아
"전 지구적 기후변화 따른 이상징후"

올봄이 이상기후로 점차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조량이 예년보다 현격히 적고 봄비도 예년보다 훨씬 잦다.

햇빛을 보기 어려워 낮에도 쌀쌀한 날씨가 한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 농가에 비상이 걸리는 등 이상기후 현상이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이상기후 현상이 단순히 계절적 변덕이 아니라 전 지구적 기후변화에 따른 것으로 해석하면서 경각심을 촉구한다.

◇눈에 띄게 줄어든 일조량 = 예년에 비해 흐린 날이 많아 햇빛을 보기 어려운 경향은 지난 겨울(2009년 12월∼2010년 2월)부터 시작됐다.

지난 겨울 전국의 평균 일조시간(햇빛이 구름이나 안개 등으로 가려지지 않고 지면에 도달한 시간)은 평년에 비해 약 10% 적었다.

일조량 부족 현상은 눈과 비가 잦았던 2월부터 심해져 4월 중순까지 두달여 동안 전국 평균 일조시간이 382.2시간으로 평년의 75% 수준에 머물렀다.

봄철(3월 상순∼4월 중순)만 따지면 전국 평균 일조시간은 평년치의 73%에 불과한 247.1시간으로 최근 40년 동안 가장 낮았다.

특히 이 기간 대구의 일조량(228.5시간)은 근대적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09년 이래 가장 적었다.

◇뚝 떨어진 낮기온 = 올봄 이상기온 현상의 특징은 평균기온이나 아침 최저기온은 예년과 큰 차이가 없으나 낮 최고기온이 예년에 비해 현격히 낮다는 점이다.

구름이 자주 끼어 밤 시간에 기온이 내려가는 복사냉각 효과를 완화하지만 낮에는 햇빛을 가로막아 기온이 오르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은 폭설 등 이상 현상이 있었으나 전국 평균 기온은 0.7도로 예년보다 오히려 0.3도 높았으며, 올해 2월에도 전국 평균기온이 2.5도로 평년보다 1.7도나 높았다.

올봄(3월 상순∼4월 중순) 들어서 전국 평균기온도 7.1도로 예년(7.7도)과 비슷했고, 아침 최저기온은 2.3도로 평년치보다 0.1도 높았다.

하지만 올봄 하루 낮 최고기온의 전국 평균치는 예년보다 1.6도나 낮은 12.1도에 그쳤다.

봄철 농작물 생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 낮기온이 예년만큼 충분히 오르지 못해 농작물 작황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틀이 멀다 하고 내리는 눈.비 = 비와 눈이 자주 내려 강수량이 예년보다 상당히 많은 현상은 지난 겨울 이후 이어지고 있다.

겨울 강수량은 147.3mm로 평년보다 53%가 많았고, 강수일수도 26일로 평년보다 4.6일 많았다.

특히 올해 2월 전국 평균 강수량은 85.2mm로 평년보다 47.7mm가 많아 1973년 이후 역대 3위였고, 강수일수도 10.1일로 평년보다 3일 많았다.

2월 초순부터 4월 중순까지 통틀어 보면 전국 평균 강수량은 223.4㎜로, 평년치보다 37% 많았고 강수 일수도 29.7일로 평년보다 46%나 늘었다.

◇이상기후 몰고온 요인은 = 이처럼 봄철에 비가 잦고 일조량이 부족한 직접적인 원인은 올해 1월 우리나라에 한파를 가져왔던 찬 대륙고기압의 세력이 봄철까지 여전히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11월부터 대륙고기압의 발생지인 시베리아 대륙에 눈이 덮인 지역이 평년보다 넓었고, 이 흰눈이 햇빛을 반사해 지면(地面) 가열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북극 주변지역에서 장기간 지속하고 있는 이상고온 현상으로 인해 우리나라 북쪽으로 찬 공기 벨트가 형성되면서 대륙고기압이 변질되지 않은 채 우리나라로 확장하면서 저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 우리나라를 통과한 고기압의 후면을 따라 한반도 남쪽과 북쪽으로 저기압이 자주 통과하면서 눈.비가 자주 내렸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이상저온은 기후변화 조짐 = 기상 전문가들은 이런 날씨가 단순히 해마다 있는 변덕이 아니라 전 지구적 기후 변화의 조짐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흔히 `지구 온난화'로 지칭되지만, 평균 기온이 올라간다고 해서 늘 덥고 따뜻해지기만 한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동하는 열에너지의 양이 커지면서 극단적 더위뿐 아니라 극단적 추위도 자주 올 수 있고 폭설이나 가뭄도 잦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박정규 기상청 기후과학국장은 "이번 겨울과 봄의 변덕스러운 날씨는 기후변화에 따라 이동하는 에너지의 양이 커지면서 극단적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올여름에도 집중호우 등 정상에서 벗어난 이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열대 태평양에서 지속하는 엘니뇨 현상이 얼마만큼 빠른 속도로 변화할 것인가가 중요한 변수 중 하나"라며 "올해 여름 날씨가 어떤 경향을 띨지는 기압계가 여름철로 넘어가기 시작하는 5월이 돼야 예측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