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관계 집착 '세태'..없으면 '가치없는 인간' 전락

일본 젊은이들이 혼자 식사하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어 학생식당에 가지 않고 화장실에서 밥을 먹는다는 보도가 나와 일본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NHK 방송은 최근 호세이(法政)대학 학생 400명 중 9명이 화장실에서 식사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는 이 대학 오기 나오코(尾木直樹) 교수의 조사결과를 보도했다.

오기 교수는 "남들이 보는 앞에서 한 설문조사인데도 9명이나 됐다"며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장실에서 식사하는 대학생들이 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해 7월6일자 석간 1면톱 기사에서 도쿄대 등 일부 대학 화장실에 2008년 가을부터 '화장실에서 밥을 먹지 말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는 점을 들어 '화장실 식사' 실태를 고발했다.

이때만 해도 '젊은이들이 장난삼아 붙인 종이를 보고 아사히신문이 오보를 낸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아사히신문이 지난해 9월 오기 교수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한 데이어 NHK까지 '화장실 식사'가 실제로 있다고 긍정하고 나서자 일본인들은 인터넷 블로그 등에 "젊은이들의 내성적인 성향이 어디까지 진행될지 걱정이다"라는 글을 올리며 놀라워했다.

NHK는 최근 젊은이들이 하루종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정도로 친구와의 관계에 집착한다는 점이 '화장실 식사' 현상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도이 다카요시(土井隆義) 쓰쿠바(筑波)대 교수는 자신의 힘으로 뭔가를 달성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갖는 '자기긍정감'이 부족한 요즘 대학생들이 친구가 많다는 사실에서 자기긍정감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에서는 혼자서 식사를 하는 걸 두려워하는 '런치메이트(점심동료) 증후군'이 2000년대초부터 화제로 떠올랐다.

혼자서 식사할 경우 주위로부터 가치 없는 인간으로 비칠까 불안해한 끝에 산책을 하면서 빵을 먹거나 책상 칸막이가 있는 도서관에서 식사한다는 것.

NHK는 '런치메이트 증후군'이나 '화장실 식사'에 대한 대안으로 의사소통 훈련이나 고독을 긍정하는 훈련 등을 들었다.

(도쿄연합뉴스) 이충원 특파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