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조 전임자들이 노사공동사업보다 노조 조직을 키우거나 노동운동과 상관없는 일에 더 몰두해 온 사실이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따라서 근로시간면제위원회(근면위)에서 정할 전임자 인정 범위도 현재보다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실태조사에서 전임자들은 노사교섭,노사협의회,산업안전보건활동 등 노동관련법상 보장된 노조 활동에는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은 시간을 썼다. 대신 노사공동활동과 관련이 별로 없는 노조 단합대회,조합원 모집,대의원 대회,임원선거 등에 상당한 시간을 쏟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차 150명은 줄여야

5000인 이상 대규모 노조의 경우 전임자가 쓴 활동시간은 연간 평균 2만6745시간으로 노조당 전임자 수는 평균 12.8명꼴이었다. 이 가운데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제로 인정받을수 있는 노조활동 시간은 8918시간(전임자 4.2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3052시간은 대의원대회,임원선거,회계관리 등 노조관리 활동에,1만4774시간은 체육대회,단합대회,노사교육 등 노조자체 활동에 할애했다. 타임오프제가 시행되면 노사교섭,산업안전활동,고충처리,사내복지기금 관련 활동,노사협의회 등만 유급으로 인정될 예정이다.

이러한 실태조사는 현대자동차와 같은 과다한 전임자를 보유하고 있는 노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 노조에는 내부 전임자 82명,금속노조 파견 11명,민주노총 파견 5명,임시상근자 119명 등 사실상 전임자가 217명에 달한다. 근면위가 이번 실태조사를 토대로 타임오프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경우 현대차 노조는 적어도 150명 이상은 줄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태조사에 대해 노동계가 거세게 반발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노동계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외협력국장은 "노조가 하는 업무 가운데는 노사공통의 업무인데도 공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숨은 업무가 많다"며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이런 부분이 모두 배제된 반쪽짜리"라고 말했다. 경영계는 조사 결과에 의무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황용연 홍보팀장은 "전임자의 실태를 조사한 것은 처음"이라며 "노조 전임자들의 비효율성이 드러난 만큼 적절한 개선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타임오프 인정 범위 논란 불가피

근면위에서 전임자 수를 정할 경우 진통은 불가피하다. 노조는 현재의 전임자는 그대로 인정해 달라는 입장인 반면 근면위 공익위원들은 상급단체 파견을 포함한 노조자체 활동에 대해선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노동계가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상급단체 파견 전임자는 무급으로 결정날 가능성이 크다. 노조활동에 전념하는 만큼 유급으로 인정할수 없기 때문이다.

노조관리 활동에 대해선 공익위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대의원 대회나 노조 임원선거 등 노조관리 활동은 노조의 고유활동인 만큼 업무시간 외에 수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타임오프에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도 노조 자체활동을 회사가 유급으로 인정하는 경우는 없다.

이번 조사결과 규모가 작더라도 전임자 수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전체 전임자의 연간 평균 사용시간은 1418시간이다. 노조 1개당 평균 전임자 수가 0.7명꼴인 셈이다. 이 가운데 7월부터 시행되는 타임오프를 인정받을 수 있는 노조활동 시간은 절반가량인 697.15시간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는 대의원 대회,임원선거,회계관리,노사공동위원회 등에 사용해 왔다.

실태조사 단장을 맡았던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지난번 조사에서는 노조 또는 사용자를 따로 조사해 정확도가 떨어졌는데 이번에는 노사를 함께 조사해 오차를 많이 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최진석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