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6일째 지상에 묶였던 유럽 여객기들이 20일 부분적으로 운항을 재개해 꽉 막혔던 유럽의 '하늘길' 숨통이 트이고 있다. 그러나 소강상태를 보였던 화산이 19일 재차 폭발한 뒤 거대한 화산재 구름을 형성해 영국 쪽으로 계속 이동하고 있어 항공교통의 정상화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전망이다.

◆유럽항공기 운항 속속 재개

20일 AFP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이날 오전부터 항공기들의 운항 재개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전날까지 유럽 전체 항공편의 30%에 그쳤던 민간 항공기의 운항률은 이날 10~15%포인트 높아졌고 22일께는 80%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알려졌다. EU 합의에 따라 영국 프랑스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 등은 이날부터 일부 공항과 영공에 한해 제한적으로 폐쇄 조치를 해제하고 항공기 운항과 이착륙을 부분 허용키로 했다. 독일의 루프트한자는 이날 "정부 허가를 받아 50대의 장거리 여객기를 이른 시일 내에 이륙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럽 공항이 부분 운영을 재개함에 따라 미국 뉴욕 공항에서는 이날 파리와 프랑크푸르트 등지로 향하는 승객들이 탑승수속을 밟기 시작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항공업계,EU에 피해보상 요구

영국 브리티시항공을 비롯한 유럽 항공사들이 EU의 늑장 대처와 과도한 조치 때문에 피해가 크다며 재정적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지난해 경기 침체로 항공업계 누적 손실액이 94억달러였는데 최근 엿새간 10억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추정되는 손실로 경영이 매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지오반니 비시냐니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회장은 "EU 교통장관 회의가 소집되는 데 닷새나 걸렸다"며 질타했다.

이와 관련,EU는 화산재가 비행기 엔진에 끼치는 악영향을 과대평가해 운항을 불필요하게 규제했다고 인정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EU 집행위원회의 마티아스 루에테 운송담당 집행위원이 "우리가 사용한 리스크 평가 모델에 명확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면서 유럽 항공당국이 화산재의 밀도가 얼마나 돼야 비행기 엔진이 위험할지 확실히 알지 못했다는 점을 시인했다고 전했다.

◆신중론 "안심할 단계 아니다"

항공사와 각국 정부가 좀더 주의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실제로 영국 국가항공관제센터는 "19일 밤 무렵부터 아이슬란드 화산 분출이 강해졌으며 새로 형성된 화산재 구름이 바람을 타고 영국의 남 · 동부쪽을 향해 퍼지고 있다"고 20일 발표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화산재예보센터는 "화산재 구름이 영국,덴마크,프랑스 북단 지역의 상공을 지나갈 것이며 27일께 영국 상공에 도착해 추가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김태완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