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직장인 열에 일곱은 회사우울증에 시달린다. '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해 9월 남녀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40대(78.7%)가 가장 심하고 30대 20대 순이었다. 원인으론 회사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비전,과도한 업무,상사와의 관계 등이 꼽혔다.

11월 말엔 직장인 76.8%가 '상사 때문에 퇴사를 생각한다'는 발표가 나왔다(인크루트).문제의 유형은 업무 지시에 일관성이 없고,무능하거나 소홀하고,부하직원을 비인격적으로 대하고,업무와 상관없는 일을 지시한다 등이었다. 그런데도 63.2%가 그냥 참는다고 대답했다.

뿐이랴.과장이나 팀장 등 중간관리직 상당수는 분기 말마다 실적 결산과 업무 평가 부담으로 소화가 안되고 복통이 느껴지는 '369 증후군' 내지 죽어라 일했는데도 더이상 비전이 보이지 않는 데서 생겨난 소외 · 좌절감으로 무기력해지는 '번 아웃(Burn out) 증후군'을 겪는다고 한다.

이러니 현 직장에서 예상하는 퇴직 나이는 평균 46.4세로 희망정년(57.1세)과는 10년 이상 차이난다. 20대는 35.6세,30대는 45.3세로 다들 재직 중인 회사에 기껏해야 10년 정도 더 다닐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힘들고 불안해서인가. 글로벌 컨설팅업체 '타워스 왓슨(타워스 페린+왓슨 와이어트)'이 한 · 미 · 영 · 중 · 일 등 22개국 2만여명을 대상으로 '직원 몰입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 직장인의 업무 몰입도가 세계 최저(6%)로 나타났다고 한다.

48%는 업무에 몰입하지 않거나 마지 못해 다닌다는 것이다. 타워스페린의 지난해 조사결과는 각각 8%와 47%였다. 몰입도는 직원의 회사에 대한 자발적 투자(시간 · 두뇌 · 에너지 등) 정도를 뜻하는 것으로 경영실적과 직결된다고 돼 있다.

직원 몰입도를 높이자면 무엇보다 경영진이 직원들을 잘 파악하고,성장시키고,업무를 가치있게 여기도록 영감을 주고,참여시키고,성과에 대해 충분히 보상해야 한다고 한다. "젊었을 땐 나도 다 그랬다"고 무시할 게 아니라 직원들의 생각과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달라져야 하는 건 직원도 같다. 책임은 나 몰라라 하고 권리만 주장하거나 '어차피 뼈를 묻을 것도 아닌데' 식으로 굴면서 잘 보이긴 어렵다. 때론 그저 우직하게 매달려보는 것도 괜찮다. 인생을 결정하는 건 운명의 장난이 아닌 사람됨이라고 한다. 삶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란 말도 있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