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가 삼성식 개혁을 단행한 지 10년이 됐다. 1996년 말 삼성에 인수된 성균관대는 3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00년부터 교수등급제 등 다양한 인센티브제를 도입,경쟁에 잠들어 있는 교수진을 흔들어 깨웠다. '성대의 지난 10년'은 얻은 것이 많은 10년이라는 게 성대의 자체 평가다. 성대의 성공스토리는 중앙대와 아주대 등 기업식 개혁을 표방한 다른 대학에도 든든한 우군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0년간 어떤 일이…

성균관대가 인센티브제를 도입한 것은 경쟁 무풍지대인 교수들의 철밥통을 깨기 위해서다. 성대는 교수들의 교육과 연구에 대한 업적평가를 실시,평가결과에 따라 3등급(심 · 묘 · 능품)으로 구분했다. 심품은 업적평가 상위 10% 이내,묘품은 상위 10~20%,능품은 하위 80%를 배정했다.

또 전공별 특성이 다른 점을 감안,각 전공별로 따로 평가했다. 교육 부문의 경우 학생들의 강의 평가가,연구 부문은 저서 · 특허 · 논문 · 기술이전 실적 등이 평가근거가 됐다.

평가결과를 토대로 성대는 1차 인센티브로 연봉차등을 시행했다. 심품 교수는 교수 평균연봉의 12분의 1에 해당하는 한 달치 월급을 더 받았다. 묘품은 심품의 절반을 받았다.

사립대 기준 10년차 교수 연봉이 5000만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심품 교수들은 연간 400여만원을 더 받은 셈이다. 성대 관계자는 "인센티브제 시행 후 10년간 꾸준히 인센티브를 받은 교수도 있다"고 밝혔다. 결국 10년간 인센티브를 받은 교수는 그렇지 않은 교수보다 한 해 연봉만큼 더 받았다.

성대는 2004년부터 펠로십 인센티브제를 추가로 도입했다. 연구 성과가 탁월한 교수들은 연간 3000만원씩 2년에 걸쳐 6000만원의 특별 장려금을 받았다. 2004년에 이어 2007년에도 펠로십에 선정된 이영희 교수(물리학)는 급여 외 1억2000만원을 받았다. 이 밖에 산학협력단에서도 별도의 학술연구진흥프로그램을 운영,국제학술지 논문게재 인센티브로 SCI(과학기술논문 색인 · 다른 연구자가 논문내용을 인용해 가는 정도)급의 경우 편당 100만원을,네이처 · 사이언스 · 셀 등 세계 최고 학술지의 경우 3000만원을 특별 인센티브로 추가 지급하고 있다.

◆인센티브제 성과는

인센티브제 시행 후 성균관대는 연구 실적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CI 게재 논문 편수는 삼성이 인수하기 전인 1996년 92편에서 2008년 2065편으로 22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외부에서 지원받은 연구비도 같은 기간 중 교수 1인당 평균 3100만원에서 1억4300만원으로 4배 이상 상승했다. 이 같은 연구 실적을 기반으로 성대는 재정,학사,행정 등 학교 전반에 걸쳐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성균관대의 성과와 기대는 우수학생 입학으로 나타났다. 1997년 수능시험 전국 1% 이내 신입생이 43명에 불과했으나 2009년엔 408명으로 10배가량 늘었다. 전임교수도 1996년 458명에서 2008년엔 1180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성대의 개혁은 재단전입금 증가로 더욱 힘을 받았다. 성대에 따르면 매년 1000억원이 학교통장에 들어온다. 실제로 1996년 1300억원 규모였던 세입예산은 2008년 5832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때문에 학생 등록금 의존도는 같은 기간 중 61.7%에서 38.6%로 뚝 떨어졌다.

성균관대는 지난 10년간 성과를 바탕으로 '비전 2020'을 오는 8월 발표,제2의 도약을 선언한다. 학교 관계자는 "10년간 교수들이 성과 평가시스템에 따른 차등연봉에 익숙해졌다"며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성과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